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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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자칭 옥황상제요 때로는 대통령 오늘은 그러나 자칭 판사인
그와 쇠창살을 마주하고 섰을 때 도리어
그는 내게 미치광이라는 선고를 내렸다
어머니가 해 주는 밥에도 국에도 독약이 들었을 거라며
곡기를 끊은 지 일주일, 결국
정신병원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입에
허연 게거품을 물고 까맣게 때 낀 손톱으로
쇠창살을 붙안고 꺼이꺼이 울면서, 자기를
노동조합의 주모자로 몰아
찢긴 이마에 붉은 딱지를 붙여 쫓아낸 건
순 조작이라고, 사실은
그래서 단식을 한 것이며
이제 시골 고향집으로 보내 주면
어머니가 해 주는 밥도 꼬박꼬박 먹을 것이니 의사에게
잘 말해 달라고 애원하는 다소 순해진 그의 눈매엔
어느새 굵은 이슬이 비쳐 있었다 그러나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그에게 지쳐
식은 땀 흐르는 면회실 문을 박차고 돌아선 내 등엔
잠시 옛 아우로 돌아온
그의 퀭한 눈길이
핏발 선 도끼눈을 뜬 광기의 세상을 질타하는
시퍼런 비소가 되어 날아와 꽂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