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제프콜빈
Talent is overrated - Geoff Colvin
72 새로 주어진 과제를 처음 해 볼 때는 IQ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더 잘 해낼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일이 익숙해질수록 IQ와 성과의 상관관계는 점차 느슨해지다가 결국엔 아예 무관해진다.
94 연습은 굉장히 힘든 활동이어서 일상생활의 패턴까지 바꾸게 했다. 최우수 집단과 우수 집단 학생들은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부터 늦은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연습량의 대부분을 소화한 반면, 보통 집단 학생들은 대개 오후 늦게 연습했다. 즉 더 피곤한 상태에서 연습을 했다는 말이다. 한편 이들은 다른 면에서도 차이를 보였는데, 상위 두 집단은 보통 집단 학생들보다 수면시간이 길었다. 밤에 자는 시간만 긴 것이 아니라 낮잠 시간도 길었다. 연습량이 많을수록 회복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108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사실은 제대로 된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골프 연습장에서 또는 피아노 앞에서 단지 과거에 해오던 일을 반복하며, 이미 예전에 도달한 수준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109 어떤 부분을 훈련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중요한 기술이다. 미시간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크로톤빌에 있는 GE의 경영 개발 센터를 이끌었던 노엘 티치Noel Tichy는 세 개의 동심원으로 이 기술의 핵심을 설명했다. 세 개의 동심원은 가장 안쪽부터 각각 '안전 영역comfort zone', '성장 영역learning zone', '공황영역panic zone'이라고 부른다. 성과 향상은 성장 영역에 포함된 활동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계를 넘어선 기술과 능력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안전 영역에서는 결코 발전하지 못한다. 이 영역의 활동들은 이미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한편 공황 영역의 활동들은 너무 어려워서 접근 방법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성장 영역을 식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식별한 후에는 그 영역이 바뀔 때까지 스스로 그 안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것이 성장 영역을 식별하는 것보다 어렵다. 이런 것들이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112 이 부담은 오래 견디기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심하다. 어떤 유형이든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최대 4~5시간 정도이며, 대개 한 시간에서 한시간 반 단위로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본 베를린 연구에서 최우수 집단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보통 하루 세 시간 반 정도를 두세 번으로 나누어 연습했다. 다른 많은 최고 수준의 음악가들의 연습량 역시 최대 4~5시간을 넘지 않았다. 뛰어난 운동선수들조차 연습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집중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116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연습이 지루한 이유는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기 때문이 아니다. 현실에서 무언가를 성취하고 달성한다는 것 자체가 고되고 단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127 흔히 사람들은 위대한 성과자들이 아주 오랫동안 연습해 왔고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해 왔으니까 그 일을 반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들이 연습을 통해 습득한 것은 반사적으로 하지 않는 능력이다.
140 재정 분석가 로라 리튼하우스Laura Rittenhouse는 기업 CEO들이 주주에게 보낸 연례보고서에서 '나'라는 단어를 사용한 횟수를 세어 기업의 성과를 예측하는 자료로 삼았다. 그녀는 이런 데서 얻는 자료들이 기업 성과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예를 들어 '나'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자기중심적인 경영인은 성과도 나쁘다.)
171 말로 설명을 곁들여야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도 프랭클린식 접근법이 유용하다. 우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보고 각 부분의 요점을 기록한다. 내용을 거의 다 잊어버렸을 때쯤 요점을 기록한 노트를 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본다. 전체 내용이 완성되면 연습을 한 뒤 그 장면을 녹화해서 본으로 삼은 프레젠테이션과 비교해 보라.
181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에서와 마찬가지로 핵심은 현재 자기 한계를 뛰어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비교 대상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때 너무 기준이 높으면 의지가 꺾이고 너무 낮으면 진전을 보지 못한다.
238 컨설팅 회시 나비센트Naviscent의 공동설립자이기도 한 인터넷 기업가 더글러스 듀인Douglas K. Duyne은 타임스에 마그라프와 같은 생각을 밝혔다. "직관적 통찰이라는 개념은 모든 것이 실제보다 더 쉽다고 믿고 싶어 하는 몽상가들의 꿈이다."
252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스물여섯 살(1928년)에 완성한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폴 디랙Paul Dirac은 정확히 이런 관점에서 유명한 시를 남겼다. "나이는 당연히 모든 물리학자가 두려워해야 하는/ 몸서리쳐지는 뜨거운 열/ 서른 번째 해가 지나고 나면/ 살아 있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네."
하지만 아마 20세기가 끝날 때까지 서른 전에 죽은 물리학자는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존스는 그가 연구한 인물들이 1900년에는 평균23세에 자기 분야에 적극적인 기여를 하기 시작했지만, 1999년에는 31세로 8년이나 차이가 났고, 물론 그들이 가장 큰 성과를 이룬 시기는 그보다 더 늦은 나이였음을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들과 다른 혁신가들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는 이유는 수명이 길어져서가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맨 처음 큰 기여를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더 길어졌기 때문이다.
258 이 부모들은 자기 자녀를 가르칠 적절한 교사를 찾았다. 이것이야 말로 자식들이 발전하고 최고 수준의 인재로 발돋움하는 데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아이들의 첫 번째 교사는 대개 거주 지역 내에 있는 코치나 선생님, 친척 등 자주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곧 이 아이들에게는 실력이 더 뛰어난 교사가 필요한 시점이 찾아왔고, 그런 교사들은 대개 먼 곳에 있었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교사를 물색해서 찾은 다음 아이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먼 거리를 오가며 많은 시간을 바쳐야 했다. 그리고 결국 자식과 부모, 양쪽 모두 상당한 돈과 시간, 그리고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마지막 단계로서 관련 분야 최고의 교사에게로 옮겨 갔다.
259 위의 부모들은 아이의 발전 정도에 따라 그에 맞는 교사를 선택하는 일 이외에 직접 아이를 지켜보면서 충분한 시간 동안 제대로 연습하는지 확인했다. 연습 과정을 가까이서 관찰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연습이 뛰어난 성과의 핵심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아이들이란 워낙에 연습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시카고 대학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와 그의 동료들은 왜 일부 청소년들이 계획된 연습과 위대한 성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집중력 유지와 힘겨운 공부를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쉽게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의 가정환경에 초점을 맞추어 격려와 지원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평가했다. 격려 환경은 풍부한 학습 기회와 학업 성과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의미했고, 지원 환경은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따지지 않고 서로가 의지할 수 있는, 명확한 규칙과 의무를 의미했다. 학자들은 연구 대상자들의 가정환경을 '격려하는'과 '격려하지 않는', 그리고 '지원하는'과 '지원하지 않는'이라는 구분에 따라 네 가지 조합이 가능하도록 분류했다. 네 가지 조합 중 세 조합에 속한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학습에 대한 관심도 및 열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나머지 한 집단, 즉 '격려하는' 및 '지원하는' 환경에 속하는 학생들은 자기 공부에 훨씬 더 집중하고 관심을 기울였으며, 열의도 많았다.
268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다른 모든 분야에도 적용된다. 경영, 비행기, 조종,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연구를 통해 뛰어난 성과자들은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수록 속도와 일반적인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자기 전문 분야만큼만은 예외였다. 예를 들어, 노령의 피아노 연주자들을 조사한 결과 일을 처리하는 일반적인 속도가 그들 나이 대의 평균 수준으로 느려져 있었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 이런 증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심리학자들은 화면에 나타난 질문을 보고 얼마나 빨리 버튼을 누르는지,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는 동작을 얼마나 빨리 하는지, 또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잘 조정할 수 있는지 측정했다. 이 모든 실험에서 반응 속도는 나이가 많을수록 느려졌다.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들 역시 화면에 나오는 문제를 보고 버튼을 누르는 동작처럼 피아노 연주기술과 거의 상관없는 실험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많을 수록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두드리거나 손가락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것처럼 피아노 연주와 연관이 있는 기술에서는 속도가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기술에서는 전혀 나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전문 분야와 관련된 일이 주어졌을 때 뛰어난 성과자들은 다른 방면의 능력이 떨어진 이후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실력을 발휘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위대한 성과의 본질에 관해 살펴본 내용에 비추어 본다면, 이런 결과는 그리 놀랍지 않다. 결국 탁월한 성과가 뛰어난 일반 능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할 뿐이다. 탁월한 성과는 오랜 시간에 걸쳐 각별한 노력으로 발전시킨 고유한 기술로 얻어진다. 따라서 노화로 인해 일반 능력의 기능이 떨어진다 해도 자기 분야에서의 전문적 기술 능력까지 떨어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실제로 노화 때문에 전문적 기술 능력이 떨어진 사례도 많기 때문에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탠리 더러커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분야에서 짧은 성공을 거두고 이내 사라진 사람들도 많다. 왜 누구는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하고, 누구는 그러지 못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에 그들이 뛰어난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해준 계획된 연습에 있다. 수십 년의 경험이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라 해도 나이의 영향에 겨우 맞서는 정도로는 예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다. 수많은 연구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건축가는 뛰어난 공간 능력spatial ability을 키워 왔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일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건축가들을 조사한 결과 나이가 들면서 공간 능력이 저하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더라도 여전히 뛰어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의도적으로 특정 기술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한 연습이다. 고령의 나이인데도 뛰어난 실력을 유지하는 피아노 연주자와 일반 아마추어 피아노 연주자들을 비교해 본 결과, 아마추어 연주자들 중 일부는 경력이 40년이나 되었지만 계획된 연습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을 포기한 지 오래였다. 전문가들과 달리 그런 아마추어들은 분야와 관계없이 누구나 노화로 인한 실력 저하로 고통스러워했다.
몰입의 개념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하도록 만드는 동기에 관한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연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 비춰볼 때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 이론에는 작은 모순들이 존재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연습은 ‘즐길 만한 일이 아니다.’ 자기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따라서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스포츠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종종 이와 정반대 경험을 한다고 보고했다. 레슬링 선수, 스케이트 선수, 축구 선수, 필드하키 선수, 격투기 선수를 조사한 결과 연습은 유희성 측정에서 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여자 테니스 세계 1위였던 모니카 셀레스Monica Seles는 1999년 뉴욕타임스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이런 반응은 에릭슨의 연구에 참여한 바이올린 연주자들과 사뭇 대조를 이룬다. 연주자들은 연습을 꽤 끔찍한 일로 여겼다. 생각해보면 운동선수들이 연습을 즐기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하는 사회 활동이기 때문일 수 있다. 반면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연습은 사회 활동이 아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은 수준에서 우리는, 어쨌든 연습이 몇 년 동안 강도 높게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연습을 통해 그 사람의 내적 욕구가 채워진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연습이 황홀감을 경험하는 몰입의 상태를 이끌어 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확실히 연습하는 사람의 내면에서는 무언가 심오한 일이 진행될 법도 하다. 과학이나 수학 같은 분야에서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한 매혹은 뛰어난 학자들이 탐구에 매진하는 원동력이다. 벤저민 블룸은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젊은 인재들 중 일부는 어린 시절부터 이런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새로운 문제 해결법을 찾는 기쁨을 좋은 성적을 내거나 선생님의 칭찬을 받는 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문제와 마주치고 그 해결책을 찾아낸 순간의 기쁨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를 즐겼다.
(중략)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비록 내적 동기가 가장 중요한 특징이기는 하지만 뛰어난 성과자들을 비롯해 모든 이들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외적 동기에 반응을 보였다. 왓슨과 크릭은 DNA구조를 찾는 작업에 몰두해 있을 때 거의 쉬지도 않고 일했다. 자칫하면 다른 연구팀에게 선수를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외적 동기에는 여러 유형이 있으며, 일부는 창의성을 제약하지만 일부는 창의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내적 동기를 강화하는 외적 동기는 꽤 효율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일은 창의성 향상에 효과적이었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평가받는다는 기대는 창의성을 감소시키는 반면, 개인적인 피드백이 적절히 이루어지기만 하면, 애머빌의 표현을 빌자면 “건설적이고 비위협적이며 사람 중심이 아닌 과업 중심의 피드백”일 때, 창의성은 강화된다. 즉 자신이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느끼는 어떤 일을 잘할 수 있게 밀어주는 피드백은 효과적이다. 보통은 창의성을 억제하기 마련인 직접적인 보상에 대한 기대도 그것이 바람직한 유형의 보상 - 더 많은 시간, 자유, 또는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를 찾아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자원 - 일 때는 창의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애머빌은 이런 발견들에 힘입어 자신의 가설을 다음과 같이 수정했다. “여전히 가장 강력한 것은 내적 동기이고 사람을 통제하는 외적 동기가 창의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내적 동기를 강화하는 외적 동기는 매우 효과적이다.”
창의성과 관련한 동기를 이렇게 자세히 살펴보는 이유는 그것이 ‘위대한 성과 달성에 요구되는 힘겨운 과정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라는 보다 폭넓은 주제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외적 동기가 특정 환경에 유용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는 많다. (중략) 좀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특정 분야의 기술 습득에서 특히 초기 단계에는 외적 동기가 도움이 된다. 블룸의 연구 대상이었던 다양한 분야의 젊은 인재들도 자기 분야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는 외적 동기에 크게 의지했다. 그들의 부모들은 적절한 방법으로 유도해서 아이들이 연습을 하게 만들었다. 이때 부모들의 직접적인 압력이 아이들의 내적 동기로 작용하는 일이 많다는 점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연습을 시킬 때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으면 외출 약속 취소야.”가 아니라 “피아노를 팔아 버릴 거야.”라고 말했다. “수영 연습에 안 가면 토용일 밤에 못 나갈 줄 알아.”라고 하기보다는 “팀에서 탈퇴시킬거다.”라고 말했다. 물론 아이들이 피아노나 수영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면 이런 위협이 통했을 리는 없다.
다른 외적 원동력들 역시 중요했는데, 그런 것들이 아이로 하여금 계획된 연습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 애머빌이 제시한 효과적인 외적 동기와 완전히 일치했다. 코치나 교사의 피드백은 과제와 실력 향상에 중점을 두었다. 여러 교사들이 아이에게 조금씩 실력이 늘고 있으며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 주고 성과를 주시했다. 발표회나 대회가 동기를 부여했는데, 좋은 성적을 얻거나 상을 받으면 칭찬을 들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성과에 따른 관심과 환호는 중요한 외적 동기로 작용했다.
299 승수 효과를 일으키는 비슷한 방법 중 하나는 경쟁이 거의 없는 장소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래 아이들이 100명밖에 안 되는 마을에서 사는 것이 1000명이 있는 마을에서 사는 것보다 수학 신동으로 두각을 나타내기가 훨씬 쉽다. 블룸의 연구에서 어린 성취가들의 대다수가 이와 비슷한 경험을 보고했다. 지역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은 더 높은 수준의 경쟁지대로 넘어가야만 자기만큼 잘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피아노 연주자 중 한 명은 음악 영재 학교에 입학했을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정말 충격이었어요. 내가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곳에 고립되어 있으면 정말 멋진 연주를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기가 쉽지 않지요.” 하지만 이런 경험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욱더 실력을 갈고 닦아 나갈 동기를 키웠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자신들을 전혀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환경에 살았다면 그런 동기를 키웠을까? 하워드 가드너는 아인슈타인과 스트라빈스키 등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들에 관한 연구를 통해 그런 사람들이 대체로 대도시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들은 더 작은 환경에서 자신의 기술을 개발한 다음에 큰 무대로 나아갔다.
정반대로도 승수 효과를 촉발할 수 있을까? 어떻게 달성했는지에 상관없이 어린 나이에, 또는 작은 지역에서 얻은 약간 괜찮은 정도의 성과가 남들로부터 칭찬을 유도해 더 강도 높은 연습을 하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한다는 설명은 꽤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런데 이 과정은 순환적이다. 그렇다면 뛰어난 성과가 아니라 칭찬으로 그 순환고리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실제 실력에 상관없이 단지 잘한다는 칭찬만으로 더욱 열심히 연습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해 성과 향상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이 가정도 실현가능해 보인다. 블룸의 연구 대상자들이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능력이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지만 교사들은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을 기억하자. 블룸은 “교사는 그 학생을 ‘특별한 학생’으로 대했고, 그런 대접을 받는 학생은 이를 매우 소중한 경험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런 학생들에게는 대부분 실제 증거와 상관없이 그들을 특별하다고 말해 주는 부모가 있었다. 즉 여기서도 타고난 재능과 상관없는 독립적인 요소가 승수 효과의 선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그리고 어쨌든 해볼 만한 시도 아닌가.
저자가 포춘지 칼럼니스트라 그런지 각종 예시나 상황제시가 금융계 종사자나 경영자들로 되어있어 그 외 종사자들은 나름의 고민이 있어야 적용가능할듯 하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나 뜻을 알 수 없는 직역투의 문장이 많다. 마지막 챕터('열정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는 일반론이지만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p.106 부터 목차로 나와 있는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의 특성
- 성과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설계된다.
- 수없이 반복할 수 있다.
- 끊임없이 결과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다.
- 별로 재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