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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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재능을 지닌 학생 열 명을 비롯해서 총 서른다섯 명의 청소년들을 맡은 리지크는, 그들의 담임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불가능한 과제라고 느꼈다. 수학 클럽 아이들은 전부 제각각이었다. 경이로운 영재인 알렉산드르 골로바노프는 맨 앞에 앉아서 “다른 학생들이 입을 여는 것을 허용하지 않곤 했습니다”라고 리지크는 회고했다. 그리샤 페렐만은 뒤에 앉았다. 그는 해답이나 설명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때 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는 손을 들곤 했지요.” 리지크는 페렐만의 동작을 흉내내려고 책상 위에 얹었던 손을 살짝만 들어 올렸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동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의 말은 최종 판결이었어요.” 게다가 페렐만은 다른 비범한 학생들이 하는 짓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그는 수업 시간에 한눈을 팔면서 이를테면 다른 문제를 푸는 일이 결코 없었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실질적으로 그에게 소용이 없는 논의를 경청했다. 규칙은 규칙이었고, 학생은 수업중에 경청해야 마땅했으니까.
  리지크는 예전에도 페렐만 같은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 아이가 매년 입학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특이하게도 그들은 예외적일 정도로 겸손했습니다. 자만심 따위는 전혀 없었지요. 나는 그것이 미래에 특별한 인물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골로바노프 같은 아이들도 봤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수학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들은 대학교수의 수준에서 멈춥니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아이들은 성품이 달라요.” 리지크는 노련한 교사의 눈으로 경외심을 일으키는 학생 페렐만을 발굴했다. (pp.78~79)


나머지 경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데올로기 강의뿐 아니라 성적 미달자들을 위한 대형 강의, 그리고 자기가 전공하려는 영역 바깥의 강의를 빼먹을 구실을 만드느라 바빴다. 그러나 예외가 있었으니, 당연히 페렐만이었다. 그는 모든 강의에 참석했다. 그의 성적은 5점 만점에 4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으므로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대형 강의까지 들었다.
  골로바노프는 마르크스주의 강의들을 “미친 과목들”이라고 불렀다. 페렐만은 그것들을 학업의 일부로 받아들였고, 대단한 압축력을 지닌 자신의 뇌를 학우들을 위해 사용했다. “이 대목에서 그리샤의 명확한 정신이 매우 요긴했습니다”라고 골로바노프는 회고했다. “그 과목들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무의식의 흐름과도 같아서 전부 다 처리하든지, 아니면 아예 무시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자는 평범한 인간에게는 불가능했고, 후자는 위험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리샤는 그 과목들에서도 생각의 실마리를 찾아냈습니다. 따라서 그 모든 미친 과목들에 관한 그의 노트는 우리에게 매우 소중했습니다.” (pp.115~116)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