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7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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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는 가난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그럴거 같다
절대 부자가 될것 같지는 않고, 운이 좋으면 중산층 문턱에 턱걸이쯤 할 수 있겠지
맥북프로를 살까말까 하는 그런 고민들과,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이 어우러지면
조그만 고민들-즉 전자-은 순간기냥 찌그러져버린다. 너따위도 고민이냐 싶게.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게 될까.
 옛날에 - 벌써 옛날이라는 호칭이 매우 적절한 그 시점 - 재수없게도 현역들 훈련받는 곳으로 끌려가 어리버리하게 스트레스를 받던 그 훈련소에서 아주 잠깐. 뭔가 살갗에 진짜 닿는 듯한, 이런게 사는거지 하는, 이게 '실체'다, 허상이 아닌 실체, 이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항상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깨어 살고 싶다고 살아지나, 그냥 깨어지는 것 같다. 좋은 환경을 만나면 그런식으로 확 깨는 경험이 있는 것 같다. 아주 간혹.

 뭘 사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걸 사는 자세가 문제다. 아무생각없이 그냥 내주머니에 돈이 있으니, 내가 그걸 오늘 써도 내일 먹을것이 있으니 그냥 덥썩 물고기 미끼물듯 사서 잠깐 긴장하고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그런거 말고,
 오늘 내가 이 일을 했고, 이만큼을 벌었고, 이렇게 살았고, 내일은 이렇게 살거고, 오늘과 내일 사이에 비는 시간동안 고민을 해보니 내일을 살아가려면 오늘 이것을 준비해야 할테니 주머니에 맞춰서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 그런 자세로 몇년만 살다보면 순간 꽤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만 같기도 하고 그렇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낫겠지.

 실패의 경험들은 값진 교훈을 주었지만 그 실패들만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은 아니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내 길이 어딘가 항상 고민하고 기도하고, 남들이 좋다는 길과 나에게 좋은길, 내가 가고싶은 길과 내게 어울리는 길들을 잘 구분할 수만 있었다면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도 더 많이 깨닫고 배우고 즐겁게 순간순간 살아왔을것이다. 따뜻한 방구석도 좋지만, 좋아서 여태 그런식으로 살았지만, 앞으로 한 10년만 찬공기 마시면서 살고싶다. 사우나같은데서 푹 녹이기엔 아직 몸이 너무 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