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7 개인주의자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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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은이)문학동네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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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사회의 윤리관은 조폭의 의리 수준에 머물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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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에 대한 장세동의 무조건적인 충성이 미담이 되는 사회다. 사람들의 속마음은 내가 나쁜 짓을 해도, 구린 데가 있어도 끝까지 나를 배신하지 않는 공범을 원하는 거다.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 있나. 뭐 대단한 정의의 사자랍시고 입 바른 소리를 하고 그래. 그러는 너는 얼마나 깨끗한가 보자. 자기도 조직 내에서 혜택받을 건 다 받고 다른 속셈으로 뒤통수를 치는 걸 거야. ‘웃픈’ 것은 대단한 나쁜 짓을 해볼 배짱도 기회도 없는 소시민들이 이런 식으로 가당치도 않게 조직의 보스에 감정이입하고 동정한다는 점이다.
 현실의 조폭에게 의리 따위는 없다. 이익이 있을 뿐이다. 그것도 조직의 이익이 아니라, 보스와 간부들의 이익이 있을 뿐이다. 말단 조직원들은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조직에 이용당하는 호구에 불과하다. 이득을 분배받는 공범씩이나 되지도 못한다. 내부고발자들은 그들이 어떤 동기를 가졌든 결과적으로 당신의 몫을 가로챈 권력자들의 치부를 폭로하여 당신에게 이득을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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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서 킹 목사가 돌아가신 지 어언 몇 십 년이지만, 우아하고 친절하며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매일 운동을 하여 날씬한 백인 중산층들과 저질 TV쇼에 열광하며 정크푸드로 엉덩이가 산 만하고 팔뚝마다 문신을 한 유색인종들은 사는 동네도, 애들 다니는 학교도, 식당도, 노는 곳도, 얻는 직장도 일목요연하게 달라 보였다. 물론 기회의 땅이니 할렘에서 커서 하버드 로스쿨 교수가 되어 있는 흑인도 있지만, 그 극소수가 실질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사회 구조를 덮기에는 부족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