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1 이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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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는 내가 사랑하는 음악의 시대로 데려다주는 타임머신이다. 나는 이 타임머신을 타고 심지어는 300년전의 음악으로 날아갈 수 있다. 악보라는 암호 같은 기호를 통해 그 옛날 증조할아버지의 할아버지뻘 되는 이의 감정을 그것도 내방에 앉아서 재현한다는 그 자체가 내게는 무척 흥분되는 일이다. 그 암호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잘 해독하기 위해 매일 연습을 한다. 악기나 그 시대 상황에 서툴면 작곡가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다른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기타는 품에 안고 연주를 하는 모습이어서 보다 따뜻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어느새 노총각이된 나 같은 이들에겐... 모순된 얘기같지만, 내가 기타에 대해 가장 아끼는 부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타라는 악기를 별로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것은 직업의 귀천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대단치 않아 보이는 일을 나 자신은 무엇보다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고 더구나 그 일이 살아가는 자세와 의미를 깊게 생각하게 해준다는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병우 기타에세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