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5 아내
ph
조영석
내 집에는 나무 한 그루 산다.
대학 시절 도서관 구석 자리
사람들 몰래 책을 읽고 있던 나무
집에다가 옮겨 심었더니 잘 자란다.
나무는 수맥이 보일 만큼 투명하다.
가늘고 긴 가지를 늘어뜨려
집 안 곳곳에 씨를 뿌리고
하루 밤 하루 낮 동안에 꽃을 피운다.
아침이면 나무는 유리창을 열고
십여 미터 아래로 뿌리를 내린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뿌리는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그늘이 번지는 것처럼 조금씩 몸을 늘인다.
나무의 뿌리를 통해 먼 곳에 있는 물과 방이
집 안으로 흘러들어오고
나는 집 안에 남아 있는 가지에 몸을 얹고
책을 읽는다.
하루치 영양분을 섭취한다.
밤이 되면 나무는 뿌리를 거둬들이고
나는 유리창을 닫아준다.
뿌리는 여기저기 도끼에 찍혀 생살이 벌어져 있다.
투명한 핏방울이 배어나와 마루를 적신다.
나는 안티프라민을 상처에 바르고 밴드를 붙여준다.
나무는 제 방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린다.
전날 읽던 책을 펼쳐 한 장 한 장 읽다가
졸음이 올 때마다 책장을 아삭아삭 씹어 먹는다.
불을 꺼주면 나무는 책을 든 채 잠이 든다.
나무의 방 안은 나무가 피운 꽃으로 환하다.
나는 나무를 끌어안고 잠이 든다.
*
도서관 구석 자리 사람들 몰래 책을 읽고 있던 나무
...
하드코어의 대마왕도 아내에 대한 글을 쓸 때는 그럴 수가 없었는지.
장** 2008.04.16 13:48
형님 동상 컴터수리 완료 했슴당..ㅋㄷ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