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3 바보별
―다솔에게 준 이야기
최정례
불가사리는 원래는 별이었던거라 홍합 고둥 달팽이 가리비 굴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땅에선 어부들의 웬수가 됐지만 하늘에선 찬란한 별이었던거라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어 급히 내려온거라 얼마나 참을성이 없으면 위장을 입밖으로 밀어내 식사를 하실까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불가사리 되어 파도에 쓸려 다니다 팔 하나를 다치면 그 팔의 아픈 눈 못쓰겠다며 버리고 새 팔 만들어 별 모양 그대로 지키지마는 다시 별이 될 수는 없었던거라 붉고 푸르게 그 얼굴 가꾸지마는 다시는 별이 될 수 없는거라
마음의 끝에도 눈을 달고 한 마음 다치면 그 마음 버리고 또 마음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마는 제 모습 없는 마음의 나라에선 그게 안 통하는거라 세상 아픈 것들 다 그렇게 아픈 것 버렸다면 밤하늘에 별들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을거라 바닷가에 뒹구는 불가사리뿐 하늘에 빛나는 것 다 떨어지고 깜깜하기만 했을거라
*
마음의 끝에도 눈을 달고 한 마음 다치면 그 마음 버리고 또 마음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마는
전군 2008.04.24 10:12
와.. 감동적이다. 나 이거 홈피에 옮겨놔야지.
전군 2008.04.24 10:14
니꺼에서 안퍼가고 다른데서 퍼가려고 네이버검색했는데 여기로 오네. -_-;;
pilhoon 2008.04.24 13:21
다른 데 있을리가.
전군 2008.04.24 23:26
왜? 안 유명한 시인가봐?
pilhoon 2008.04.26 01:31
아니 그냥, 요즘엔 시가 별로 인기가 없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