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8 봉함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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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함엽서

- 이상희


세상에 나와 이로운 못 하나 박은 것 없다. 못 하나만 잘 박아도 집이 반듯하게 일어나고 하다못해 외투를 걸어 두는 단정한 자리가 되는 것을. 나는 간통을 하다가 생을 다 보냈다. 시를 훔치려고 소설을 훔치려고 외람된 기호를 가장했다. 아, 나는 남의 것을, 모든 남의 몫뿐이었던 세상을 살다 간다. 가난한 눈물로 물 그림을 그리던 내 책상은 긍지처럼 오래 썩어 가게 해 달라. 단 하나, 내 것이었던 두통이여, 이리로 와서 심장이 터지는 소리를 막아다오. 그리고 떳떳한 사랑을 하던 부럽던 사람들 곁을 떠나는 출발을 지켜봐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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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해 달라.
두통이여,
막아다오.
지켜봐 다오.



-------시와 아무 관계없는 오늘의 기록---------
연필깎기를 2만 5천원이나 주고 샀는데 마음에 안든다
돈쓰고 즐거워본 기억이 없다
에이 씨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