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8 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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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종종 나오는 고행하는 사람들. 그거 다 쓸데없는 짓거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 마음만은 알겠다. 고행으로 용서를 사려 한다는 것은 오해다. 용서란 원래 대가가 없는것. 그런것쯤 누구나 알지 않나. 그런데 왜 고행을 하나. 그건 그냥 제스쳐다. 용서해 달라는 제스쳐. 누구에게든 용서를 빌고 싶은 때가 있기 마련이고 세계 70억 가까운 사람들 중 그런 성향이 특별히 강한 사람 몇몇쯤은 있게 마련이다.(없으면 이상하지. 자다가 지구 반대편의 지진이 걱정되어 악몽을 꾸다 벌떡벌떡 일어나 식은 땀을 흘리는 종자들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아무 말도 없이 하루하루 살다 한두 사람 어쩌다 만나 몇마디 나눈 것만으로 집에 와서 심장이 덜컹거려 한참을 낮에 있던 그 일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있게 마련이란 말이지). 용서해 달라는 제스쳐, 이게 아무런 소용도 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멀쩡히 두 발로 땅 딛고 일어나 고개 빳빳이 쳐들고 '아 용서를 달라고!'라고 외치는 짓은 염치없는 인간 혹은 철부지들이나 할 수 있는 뻔뻔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고행을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그래서 욕 안하기로 했다. 저 인간들 참 쓰잘데기 없는 짓거리 또 벌이고 있다 이렇게 욕 안하기로 했다. 당신들이 바라는 용서 그거 나도 나눠주지. 쓸데 없는 짓으로 고생을 사서하는 당신들의 어리석음을 용서하도록 한다 땅땅땅. 왜냐. 내가 당신들이라도 나의 용서를 조금은 바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너라면, 내가 용서받고 싶다면, 그렇다면 TV를 통해 나를 보는 지구 반대편의 네가 나의 쓸데 없는 행동을 조금이라도 용서해주길 바라지 않을까. 그 누구에게든 용서받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면 알지도 못하는 너의 용서도 나는 감사히 받을텐데.

나는 자격이 없다는 느낌, 무엇으로건 누군가에게 용서를 빌고 싶은 기분. 이거 서로 상관있는걸까. 이 둘 사이에 '그러므로'라는 말을 넣으면 적당할까. 싱숭생숭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감정의 크기가 좀 커서 감당하기 난감(?)하다. 이런게 가득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