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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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르한 파묵 지음
  • 1권엔 오자가 하나였는데 2권부터는 좀 많다. 열개정도 되는 듯.

1권

164 담배가 그렇게 사랑받는 것은 니코틴의 힘 때문이 아니라, 이 공허하고 무의미한 세상에서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175 "영리한 사람들은 인생이 아름다운 것이며,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것을 잘 알지. 그런데 나중에는 바보들만 행복해져.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지?"

273 이스탄불 거리는 일이 초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퓌순의 환영으로 가득했다.(중략) 이 도시는 이제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신호들의 세계가 되고 말았다.

284 작은 우주선에 실려 우주의 무한한 어둠속으로 보내진 개처럼 외로울 것

315 이스탄불의 수백만 명이 반세기 동안 이 빵을 주식으로 먹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삶은 반복되지만 결국에는 모두 매정하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356 "문화인이나 문명인이 되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이 서로 평등하고 자유로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모두들 정중하게 다른 사람들과 평등하고 자유로운 것처럼 행동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아무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지지."

383 나는 그녀가 실제로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에 놀란 사람처럼 경이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얘야, 장미를 꽃병에 꽂아라."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케말 씨, 라크를 마십니까?"
그녀의 아버지가 말했다.
"짹, 짹, 짹."
그녀의 카나리아가 말했다.
"아, 네, 물론이지요, 라크, 마시지요, 마시지요, 라크…"

388 푸른 번개 불빛이 바람에 날리는 비단처럼 우리 사이에서 몸서리를 쳤다

2권

30 항상 똑같이 똑딱이는 시계는, 그 똑딱거리는 소리를 매 순간 인식하지 않아도 집이, 물건들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우리가 변하지 않았고 항상 같다고 느끼게 해 주어, 우리를 평온하게 했다.

33 매일 밤 케스킨 씨네 집에 간 것은 단지 퓌순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공기를 호흡하며 살고 있는 세계에서 잠시나마 살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나는 팔 년 동안 서서히 깨달았다.

97 "배가 채워지고 마음이 머무는 곳이 집이다."

158 나의 사랑과 수치스러움이 나를 이끌고 가는 곳에서, 나는 더욱 내성적인 사람이 되어, 그저 조용히 있는 것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일주일 동안 매일 저녁 혼자 극장에 갔다.

168 박물관에 전시한 다른 모든 물건들처럼, 나중에 멜하메트 아파트에서 이 성냥갑 하나하나를 만져 보면, 퓌순과 같이 식탁에 앉아 그녀와 눈이 마주칠 때의 희열을 다시 경험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냥을 식탁에서 집어 모르는 척하며 주머니에 넣을 때 느꼈던 행복에는 또 다른 면도 있었다. 집착적으로 사랑하지만 '소유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서, 작지만 어떤 일부를 떼어 내는 행복이었다.

180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아주 이상하고 약간은 아둔한 친구가 있었다. 선생님이 그 아이를 칠판 앞으로 불러 수학 숙제를 했는지 안했는지를 물었을 때, 그 아이도 나처럼 침묵에 잠겼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으며, 죄책감과 무기력으로, 몸의 무게를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에 번갈아 실으며 선생님이 머리 끝까지 화가 날 때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 사람이 한번 침묵을 하게 되면 입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십 년이고 백 년이고 입을 다물 거라는 것을, 교실에 앉아 그 아이를 바라보며 놀라고 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207 때로 퓌순이 아주 달콤하게 하품을 해서, 그녀가 온 세상을 잊고 자신의 영혼 깊은 곳에서 더 평온한 삶을, 마치 무더운 여름날 차가운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끌어당기듯, 끌어당겼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212 때로 순간적으로 깊은 침묵이 흐르면, 네시베 고모가 "어디에선가 누군가 죽었나 봐."라고 했다.

213 때로 퓌순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영화에 얼마나 집중하고 몰입했던지, 나는 그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40 내가 살아가는 그 순간은 내가 기억하는 순간이었다.

273 퓌순은 자신의 아버지를 억지 없이, 노력하지 않고도 아주 깊이, 사람이 세상과 해, 거리, 집을 사랑하듯 편하게 사랑했다.

278 그는 나를 증오하는 동시에 용서했던 것이다. 서로의 결점이나 파렴치한 행동을 보지 못하는 척하며 우정을 유지하는 불량배나 도둑처럼 우리는 행동했던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집주인과 손님이라기보다는 공범자처럼 되었다.

298 오랜 세월 동안 나 자신을 속이며 믿었던 것을, 퓌순이 더 자신 있게, 절대적으로 믿으라며 명령조로 말했기 때문에, 나는 즉시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기만당한 것처럼 느껴졌다.

369 나도 다른 이들에게 했던 대답을 여느 때처럼 그에게 해 주었다.
"박물관을 만들고 있는데요……."
"그걸 묻는 게 아니오. 이것들을 왜 원하는지 묻는 거요."
강박적으로 혼자 물건을 모으고, 그것들을 한 구석에 쌓아 두는 사람의 뒤에는 상심이나 깊은 고민, 밝히기 어려운 정신적인 상처가 있기 마련이라는 의미였다.

396 오렌지, 딸기, 멜론 맛이 나는 형형색색의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진열장을 구경하고 웃고 떠들며 걷던 이 행복한 가족들 중에서 케말은 먼저 귈을 보았고, 그녀의 어머니와 아주 닮은 것에 놀라 "시벨! 시벨! 안녕, 나야 케말."이라고 하며 다가갔습니다.
"귈은 이십 대 때의 나와 아주 닮았지요, 게다가 그날 이 아이는 내가 젊었을 때 입었던 니트 스톨을 입고 있었어요."
시벨 부인은 자랑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