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머니게임

ph
이동: 둘러보기, 검색

천재들의 머니게임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천재들의 음모
로저 로웬스타인 저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2010년 11월 30일

68
메리웨더와 같이 10대 때부터 투자를 해온 뮬린스는 아칸소 대학 총장의 아들로 하버드에서는 대단히 인기 있던 교수였다. [1]

90
 그들은 불확실한 큰돈을 위해 도박하기보다 작은 돈을 확실히 줍는 일을 더 선호했다. 잔돈을 한두 푼 끌어들이는 과정을 수천 배로 늘리고, 차입 투기를 통해 그 미미한 마진을 엄청난 크기로 확대할 수 있었다. 물론 잔돈이라도 100%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펀드매니저 스테인하트가 실감했듯이, 차입 투기의 경우 틀린 대가는 감당 불능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4년에 LTCM은 거의 틀리지 않았다. 그렇기는 커녕 그들이 손댄 모든 거래가 황금으로 변했다.

101
 ⋯풍부한 자금을 손에 쥔 자신감 넘치는 파트너들은 통 큰 거래를 했고, 다른 사람들이 오래 전에 그만 둔 곳에서 잔돈들을 짜내었다. 한 트레이더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남들보다 자그마한 불일치에 주목했습니다. 우리는 남들보다 헤지도 더 잘하고 차입거래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08
 JP모건의 한 고위 경영자는 리스크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물음에 ‘평균을 둘러싼 변동성’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115
 ⋯케이퍼는 머턴의 금융학 강의를 들은 후 수리금융학이 과학이라기보다 믿음, 다시 말해서 ‘모델의 힘에 눈이 먼’ 공상가들의 신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질서를 추구하는 지식인들에게는 매력적이더라도 시장이 모델과 다르게 움직이면 그들을 재앙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것이었다.

122
 작가 마크 트웨인이 지적했듯이, 역사는 운율을 맞출 뿐이지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143
 LTCM은 증서의 개념을 체이스맨해튼 전체에 퍼뜨렸다. 메리웨더는 심지어 체이스맨해튼의 CEO 월터 시플리에게까지 이 사실을 알렸다. 힐리브랜드는 숄스를 파견하여 옵션 가격에 대한 강의를 해주겠다고 제의까지 했지만, 플러지는 공식을 창안한 장본인과 그에 관한 지식을 겨룰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플러지는 옵션 거래 공식의 ‘알파 베타 감마’를 가리키며 일갈했다. “당신들은 이렇게 그리스 문자를 써넣고 너무 똑똑해서 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말 들어가야 할 그리스 문자는 빠져있구료. 바로 ‘오만’이란 단어요.”
 플러지가 지적한 ‘오만’이란 어떤 것인가? 파트너들의 매너나 말투에 오만함은 없었다. 오만함은 더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다. 그것은 하버드나 MIT를 다닌 사람들의 오만, 자신이 남들보다 더 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오만이었다. “우리가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지 알아?” 한번은 그레고리 호킨스가 살로먼 시절부터의 오랜 친구에게 물었다. “우리가 더 똑똑하기 때문이야.” 또 한번은 그가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동료의 아내에게 분자생물학 강의를 하려고 든 적도 있었다. “당신, 순 엉터리네요.” 마침내 그녀가 한마디 했다.

156
⋯파트너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손을 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상업용 저당권 시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보통주, 즉 거래 중인 주식이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그럴 듯해 보이는 신천지로 떠올랐다. 그것은 LTCM의 트레이더들 대부분이 수학적 경향이 강한 탓에 아직 건드리지 않고 있던 미개척 분야였다. 채권 가격을 매기는 것은 훨씬 주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와 학계)는 치밀한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단기적으로 주식은 흔히 감정적인 트레이더들의 변덕에 휘둘렸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회사들의 경영 실적에 따라 달라졌는데, 경영 실적은 매우 불확실할뿐더러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요컨대 단순히 수학뿐 아니라 어떤 컴퓨터도 발휘할 수 없는 능력, 즉 판단력이 필요했다. 경제학자 버턴 몰키엘Button Malkiel이 지적한 바와 같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도 보통주의 적절한 ‘가격―수익배수price-earning multiple’는 알지 못하실 것이다.” 그러나 LTCM은 알았다. 또는 최소한 그들은 대담하게도 자신들의 모델을 주식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163~164
 여기서 잠깐 LTCM이 어떻게 그런 거액을 빌려 주식에 투자할 수 있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규제 TRegulation T’라는 법 조항에서 ‘마진’이라고도 하는 브로커의 주식 자금 대출에 대한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연준은 마진 대출금의 한도를 전체 투자액의 50%로 규정하고 있다. LTCM이 주식을 사들였을 때, 그것은 물론 T 조항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LTCM은 실제로 주식을 사지는 않고 주식 포지션 계약을 맺었다. 주식의 등락에 대한 파생상품 계약을 맺은 것이었다. 예를 들어 만약 LTCM이 CBS 주식에서 3년 동안에 걸처 약1억달러의 수익을 올리고자 한다면, 가령 스위스 은행과 스왑 계약을 맺는 것이다 LTCM은 매년 1억 달러에 대한 이자를 계산해서 고정 불입금을 내게 된다. 그리고 스위스 은행은 얼마가 되든지 간에 LTCM이 실제로 주식을 소유했을 경우에 벌었을 만큼의 수익을 지불하는 것이다(만약 주가가 떨어지면, LTCM이 스위스 은행에 지불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경우 스위스 은행은 실제로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리스크를 헤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LTCM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메리웨더와 LTCM에 중요했던 것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CBS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과 대개 밝혀야만 하는 사항들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T 조항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합법적이었다. 연준은 단지 주식 자금 대출액만을 규제했을 뿐이다.

173
⋯돈을 더 벌기 위한 그들의 열망은 끝을 몰랐고 위험을 돌아보지 않았다. 이성의 신봉자로 자부하는 사람들이 칼날 위에서 발버둥치게 된 결말은 , 더욱 부유해져야만 자신들이 지적으로 우월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194
 “시장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오랫동안 비합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200
 1998년 1월의 시장은 흐름이 좋았다.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 IMF은 한국에 구제금융을 지원하여 아시아의 안정 기조를 다졌다. 유로화의 출범이 1년도 남지 않은 유럽에서는 투자가들이 낙관주의에 젖어 있었고, 미국에서는 다우지수가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투자가들이 자신감을 회복함에 따라 채권 스프레드는 줄어들었다. 1998년 첫 달에(포드자동차 같은 우량 기업이 발행한) A등급 채권은 재무부 채권보다 75bp를 더 받았다. 2월이 되자 스프레드는 70포인트로 줄어들었다. [2]

274
 교수들은 자신들이 잘 알고 있던 만고의 진리, 즉 시장에서 양 극단은 항상 부풀어 있다는 진리를 외면했다. 그들은 뉴욕의 수많은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멀리 떨어진 자신들의 유리 궁전 속에서 트레이더들이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 분자나 힐리브랜드와 같이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 아니라, 욕심과 공포에 의해 움직이며 극단적인 행동이나 감정의 변화를 보이는 보통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었던 것이다. 그리고 1998년 늦여름에 채권시장의 사람들은 특히 위험한 신용에 대해 극단적으로 공포에 질렸다. 이것을 교수들은 모델링하지 못했다. 그들은 시장을 정확하게 예언 가능한 것으로 프로그래밍하면서, 정작 현실의 트레이더들을 지배하고 있는 본능, 약탈적이고 탐욕적이며 무조건 보호받으려는 본능은 망각했다. 한마디로 그들은 ‘인간적 요소human factor’를 잊었던 것이다.

283
 당연히 대출을 해준 은행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인한 공포에 질렸다. “우린 그들이 문제에 부딪히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리스크 관리 전문으로 알려져 있었어요. 바로 그들이 리스크 관리를 고안하고 가르쳤단 말입니다.” 파트너들과 아일랜드에서 골프를 치며 즐겼던 메릴린치의 리스크 매니저 대니얼 나폴리는 말했다. “하느님도 잘 아시지만, 우린 노벨상 수상자들과 일했어요!” 아이러니컬하게도 대단히 지적인 깡패만이 월스트리트를 그런 지경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만한 자금을 얻지도 못할 것이고, 그런 거품을 낳게 한 추종자도 끌어들이지 못한다.

297
⋯이것은 펀드가 헤지하지 않은directional, 그러니까 공공연한 투기를 했다는 의미였다.[3]

300
⋯모건의 애널리스트들은 LTCM의 거래가 그렇게 신비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 점점 더 놀라던 중이었다. 크게 투자하기는 했지만,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LTCM은 주로 채권을 거래한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방대한 주식 투자 장부를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306
⋯편리하게도 파트너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오만했는지는 잊어버리고 왜 친구들이 갑자기 자신들을 버렸는지 영문을 몰라했다.

311
⋯이제 LTCM과 조사 은행들 간의 회의는 구태의연한 것이 되고 말았다. 파트너들은 주저하는 구혼자들에게 권태를 느꼈다.

369
 머턴과 숄스의 효율적인 시장에 대한 가르침을 받은 교수들은 실제로 가격이 모델이 말하는 대로 곧장 가리라고 믿었다. 교수들의 자만은 모델이 행동의 한계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은 데 있다. 사실 모델은 무엇이 논리적이고, 과거에 기초할 때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지를 말해 줄 수는 있다. 다만 교수들은 트레이더들을 포함한 사람들이 항상 논리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간과했다.[4] 이것이 바로 LTCM이 남긴 진실한 교훈이다. 모델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트레이더들은 실리콘 칩에 의해 통제되는 기계가 아니다. 그들은 감수성이 강하고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떼지어 다니고 무리 속으로 피한다.

370
 가장 아이러니컬한 것은 교수들이 리스크를 해체한 다음 최소화하고자 했지 리스크를 극복하고자 하는 생각은 해본 일이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LTCM은 평범한 펀드에 불과하다. 사실 LTCM은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펀드로서, 금융경제학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는 두 원칙을 이용하여 시장에 고삐를 채우려는 일대 실험이었다. 미래의 리스크를 과거의 가격과 변동성을 근거로 추측할 수 있다는 믿음이 거의 모든 투자 은행과 트레이딩 부서에 팽배해 있었다. 바로 이것이 LTCM의 기본적인 실수였고, 그들의 엄청난 손실은 현대 금융학의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풀기 어려운 결점을 폭로한 것이다.

371
 ⋯ 월스트리트는 거의 배운 것이 없었다. 1999년 11월에 JWM(메리웨더와 그의 파트너들, 즉 메리웨더, 하가니, 힐리브랜드, 레하이, 로센펠드, 그리고 아준 크리슈나마차르)은 ‘Relative Opportunity Fund II’에 관한 자료를 뿌리고 다녔다. 이들에 따르면, 새로운 펀드의 차입비율은 15대 1의 평범한 수준으로 제한될 것이고, 더 엄격한 원칙들이 적용되며, “포트폴리오 회사가 1998년에 경험한 바와 같은 유형의 극단적인 사건에도 견딜 수 있는 실용성을 보증하기 위해” 고안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사용할 것이었다.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위기에 근거하여 고안된 어떤 수학적 시스템이 미래의 몰락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보증할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메리웨더에게 JWM의 성공적인 출발은 또 다른 화려한 재기였다(사실 이런 일은 월스트리트에 비일비재하다). 그가 45억달러의 손실을 입어 월스트리트 전체와 더 많은 사람들을 자신과 함께 몰락시킬 것처럼 보였던 대사건이 일어난 지 15개월이 지난 1999년 12월, 메리웨더는 주로 불운했던 LTCM의 옛 투자가들로부터 2억 5,000만달러의 자본을 모아 재출발했다.








  1. 10대 때부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은 모양
  2. 우리나라는 IMF이후 개고생 하고 있을 적에 미국애들은 다우지수 신기록 갱신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헤지하지 않으면 대개 투기로 간주되는 모양. 개미들의 주식투자는 결국 다 전문가의 눈에는 투기다
  4. 더 정확하게 표한하자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주 오랜 기간동안 비논리적일수 있다는 사실’쯤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