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8 연애의 기억"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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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리언 반스 (지은이),정영목 (옮긴이)다산책방2018-08-30원제 : The Only Story (2018년)</poem> | + | 줄리언 반스 (지은이),정영목 (옮긴이)다산책방2018-08-30원제 : The Only Story (2018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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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그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했어. 조운은 신문에서 그 소식을 알게 됐어. 그러자 그자가 사준 옷을 모두 아파트 응접실에 쌓아놓고, 라이터 기름을 붓고, 성냥불을 켜고, 밖으로 나가 문을 쾅 닫고, 열쇠를 우편함에 넣고, 아버지한테로 돌아갔어. 그렇게 아버지 집 문간에 나타난 거야. 그슬린 냄새도 좀 났겠지, 아마도,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뭘 묻지도 않고, 그냥 조운을 끌어안았어. 조운은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아버지한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 유일하게 행운이라고 할 만한 것은, 행운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 블록 전체로 불이 번지지 않았다는 거야. 그냥 비싼 카펫을 태워 구멍만 냈지. 잘못했다간 과실치사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 <poem> “그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했어. 조운은 신문에서 그 소식을 알게 됐어. 그러자 그자가 사준 옷을 모두 아파트 응접실에 쌓아놓고, 라이터 기름을 붓고, 성냥불을 켜고, 밖으로 나가 문을 쾅 닫고, 열쇠를 우편함에 넣고, 아버지한테로 돌아갔어. 그렇게 아버지 집 문간에 나타난 거야. 그슬린 냄새도 좀 났겠지, 아마도,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뭘 묻지도 않고, 그냥 조운을 끌어안았어. 조운은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아버지한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 유일하게 행운이라고 할 만한 것은, 행운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 블록 전체로 불이 번지지 않았다는 거야. 그냥 비싼 카펫을 태워 구멍만 냈지. 잘못했다간 과실치사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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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b>그 점</b>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는 다그친다. “내가 좆같은 신탁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차라리 〈애드버타이저 앤드 가제트〉의 별점을 읽지 그래. 나는 함께 달아날 때 배짱이 있다고 말했어, 너희 둘이 말이야. 너희는 배짱이 있었고, 너희는 사랑이 있었어. 만일 인생에서 그걸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인생은 어떻게 해도 너에게 만족스러울 수 없어.” | “그래서 <b>그 점</b>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는 다그친다. “내가 좆같은 신탁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차라리 〈애드버타이저 앤드 가제트〉의 별점을 읽지 그래. 나는 함께 달아날 때 배짱이 있다고 말했어, 너희 둘이 말이야. 너희는 배짱이 있었고, 너희는 사랑이 있었어. 만일 인생에서 그걸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인생은 어떻게 해도 너에게 만족스러울 수 없어.” | ||
“이젠 신탁처럼 들리기 시작하는데요.” </poem> | “이젠 신탁처럼 들리기 시작하는데요.” </poe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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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em> | + | <poem>⋯⋯게다가 그는 또 인생에서 반사실적 조건문을 따라가보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저것이 아니라 이것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가한 짓이기는 하지만 빠져나오기 힘들었다(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책임의 문제가 다가오는 것을 막아주는지도 몰랐다). 예를 들어 그가 테니스 클럽에 도착했을 때 시간을 주체하기 어렵고—또 거의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사랑을 간절히 원하고 있던 열아홉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수전이, 종교적 또는 도덕적 관념때문에,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막고, 빈틈없이 혼합복식을 칠 수 있는 전술만 가르쳤다면 어땠을까? 매클라우드가 계속 아내에게 성적 관심을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이 모든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어났다는 것을 일단 받아들이고, 그런 뒤에 책임을 물으려 할 경우에는 바로 전사로 들어가게 되는데, 지금 그것은, 그들 세 사례 가운데 둘의 경우에는, 접근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다. |
− | + | 그 감전된 듯한 첫 몇 달은 그의 현재의 질서를 다시 잡고 미래를 규정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예를 들어, 그와 수전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그들이 위장하기 위해 지어낸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가 사실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그녀에게 새 안경이 필요해서 차를 태워다 주는 젊은 남자였다. 그는 한 딸, 또는 두 딸 모두의 친구였다. 그는 말하자면 고든이 키우는 사람이었다. 이제, 서서히 얻어낸 평온한 상태에서, 그는 실제와는 다른 상황을, 완전히 다른 사실과 감정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poe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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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3> | + | <poem> 나는 어떤 사람들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삶의 아늑한 서사들을 믿지 않는다, 구원과 종결 같은 위안을 주려는 말에 숨이 막히듯이. 죽음이 내가 믿는 유일한 종결이다. 상처는 그 마지막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계속 벌어져 있을 것이다. 구원에 관해 말하자면, 그건 너무 깔끔하다, 영화 제작자가 먹이는 브롬화물<sup><sup>예전에는 진정제로 쓰였다.</sup></sup>이다. 그것을 넘어, 뭔가 너무 거창하다는 느낌이 든다. 인간은 너무 불완전해서 그것을 받을 자격이 없다, 스스로에게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
− | <poem> | + | 나는 그녀에게 작별 키스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었다. 이 또한 영화제작자의 브롬화물이었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 영화에서는, 그녀는 그것에 응답하여 약간 몸을 꿈틀거리고, 찌푸린 이마가 펴지고, 턱의 긴장이 풀릴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정말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들어 올려 뒤로 넘기고, 섬세하게 나선을 그리는 그녀의 귀에 마지막 “안녕, 수전”이라는 속삭임을 집어넣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몸을 약간 꿈틀거리고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뺨에서 눈물을 닦아내며, 천천히 일어나 그녀를 떠날 것이다.</poem> |
2019년 9월 8일 (일) 22:44 기준 최신판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은이),정영목 (옮긴이)다산책방2018-08-30원제 : The Only Story (2018년)
아래 볼드체는 모두 책에 나온 그대로이다.
74
“그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했어. 조운은 신문에서 그 소식을 알게 됐어. 그러자 그자가 사준 옷을 모두 아파트 응접실에 쌓아놓고, 라이터 기름을 붓고, 성냥불을 켜고, 밖으로 나가 문을 쾅 닫고, 열쇠를 우편함에 넣고, 아버지한테로 돌아갔어. 그렇게 아버지 집 문간에 나타난 거야. 그슬린 냄새도 좀 났겠지, 아마도,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뭘 묻지도 않고, 그냥 조운을 끌어안았어. 조운은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아버지한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 유일하게 행운이라고 할 만한 것은, 행운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 블록 전체로 불이 번지지 않았다는 거야. 그냥 비싼 카펫을 태워 구멍만 냈지. 잘못했다간 과실치사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그 뒤로 조운은 아버지를 헌신적으로 돌봤지. 또 개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 개를 기르는 일에 달려들더라고. 시간을 보내 는 방법을 배운 거야. 그게 인생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지. 우리 모두 그저 안전한 장소를 찾고 있을 뿐이야. 만일 그런 곳을 찾지 못하면, 그때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배워야만 해.
144~145
나는 그녀 안에 공황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추측이나 했을까? 나는 그것이 내 안에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뒤늦게, 그게 모든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우리의 필멸성의 한 조건이다. 우리에게는 그것을 가라앉히고 최소화하는 예의의 규약, 농담과 일상, 수많은 기분 전환과 오락의 형식이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내부에는 터지기를 기다리는 공황과 지옥이 있다, 고 나는 확신한다. 나는 그것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인간 조건과 그 만성적 슬픔에 대한 마지막 항의로서, 하지만 그것은 우리 가운데 가장 균형이 잡히고 합리적인 사람 안에도 있다. 그저 적당한 환경이 필요할 뿐이고, 그러면 반드시 나타난다. 그럴 때면 그것에 휘둘리고 만다. 이 공황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신에게 가고, 저런 사람들은 절망에 빠지고, 이런 사람들은 자선사업을 하고, 저런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이런 사람들은 감정적 망각에 빠지고, 저런 사람들은 다시는 심각한 일이 자신을 성가시게 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삶으로 간다.
210~213
“그럼 심각한 게 분명하군. 귀여운 왈왈이들은 가두어두도록 하지.”
네가 개 냄새 나는 팔걸이의자에 푹 주저앉자 술이 옆에 놓인다. 네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조운이 먼저 입을 연다.
“일번, 나는 중개인이 아니야. 네가 무슨 말을 하든 그 말은 이 방에 그대로 있고 뒤로 새어나가지 않아. 이번. 나는 정신 고치는 의사가 아니고, 나는 무슨 조언 센터가 아니고, 나는 심지어 다른 사람들 고민을 듣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 나는 그런 사람들이 그런 고민과 잘 지내고, 신음을 토하지 말고,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삼번. 나는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아서 개들을 데리고 혼자 사는 늙은 주정뱅이에 불과해. 따라서 어떤 문제에 관해서도 권위자가 아니야. 심지어 십자말풀이에도, 네가 지적한 적이 있듯이.”
“하지만 수전을 사랑하잖아요.”
“당연하지. 그 소중한 아가씨는 어떻게 지내시나?”
“술을 너무 마셔요.”
“‘너무’가 얼마나야?”
“수전의 경우에는 마시는 것 자체가요.”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항우울제를 먹어요.”
“뭐, 우리 모두 그건 겪어봤잖아.” 조운이 말한다. “의사들이 그걸 스마티스캔디 상표명처럼 나눠주거든. 특히 어떤 나이의 여자들한테는. 그게 소용은 있어?”
“모르겠어요. 그냥 멍하게만 만들어요. 하지만 술 마실 때와는 다른 멍한 상태예요.”
“그래, 그것도 기억나.”
“그래서요?”
“그래서 뭐?”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돼요?”
“폴, 이 사람아, 방금 나는 조언을 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내가 오랫동안 나 자신의 조언을 들은 결과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봐. 그래서 이제는 조언 같은 거 안 해.”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내가 유일하게 해줄 만한 조언이라면⋯⋯.”
“뭔데요?”
“⋯⋯네 팔꿈치 옆에 있는 걸 들이켜라는 거야.”
너는 그 말을 따른다.
“좋아요.” 너는 말한다. “조언은 없는 걸로. 하지만⋯⋯ 모르겠어요. 내가 알아야 하는데 알지 못하고 있는 게 있나요? 수전에 관해서, 또는 수전과 나에 관해서 나한테 해줄 수 있는 말, 도움이 될 만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모든 게 망하고 잘못되어버리면 너는 아마 극복을 하겠지만 수전은 못 할 거라는 거야.”
너는 충격을 받는다.
“별로 친절한 말은 아니네요.”
“나는 친절한 건 안 해, 폴. 진실은 친절하지 않아. 인생이 시작되면 금방 알게 될 거야.”
“벌써 본격적으로 시작된 느낌인데요.”
“그렇다면 씨발 무조건 환영할 일인지도 모르겠는데.” 네 얼굴은 아마 막 따귀라도 맞은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왜 이래, 폴, 내가 끌어안고 토닥이며 정원 바닥에 요정들이 있다고 말해줄 걸 기대하고 여기까지 내려온 건 아니잖아.”
“맞아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나 말해주세요. 수전은 자주 매클라우드를 만나러 여기 돌아와요. 아마 본인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많을 거예요.”
“그게 너한테 문제가 돼?”
“무엇보다도 만일 그자가 다시 수전한테 손가락이라도 대면 내가 죽여버릴 수밖에 없을 거라는 의미에서요.”
그녀는 웃음을 터뜨린다. “오, 젊음의 멜로드라마가 정말 그립네.”
“애 다루듯 하지 마세요, 조운.”
“애 다루듯 하는 게 아니야, 폴. 당연히 너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너를 존경해.”
너는 조운이 비꼬는 것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조운은 비꼬는 사람이 아니다.
“왜 내가 못 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왜냐하면 빌리지에서 벌어진 마지막 살인은 아마도 대청(大靑)고대인이 몸과 얼굴을 칠하는 데 쓰던 청색 물감.을 처바른 인간이 저질렀을 것이기 때문이지.”
너는 웃음을 터뜨리며 진을 한 모금 더 마신다. “걱정이 돼요.” 너는 말한다. “내가 수전을 구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돼요.”
조운은 대답하지 않고, 그래서 너는 짜증이 난다.
“그래서 그 점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는 다그친다. “내가 좆같은 신탁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차라리 〈애드버타이저 앤드 가제트〉의 별점을 읽지 그래. 나는 함께 달아날 때 배짱이 있다고 말했어, 너희 둘이 말이야. 너희는 배짱이 있었고, 너희는 사랑이 있었어. 만일 인생에서 그걸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인생은 어떻게 해도 너에게 만족스러울 수 없어.”
“이젠 신탁처럼 들리기 시작하는데요.”
308~309
⋯⋯게다가 그는 또 인생에서 반사실적 조건문을 따라가보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저것이 아니라 이것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가한 짓이기는 하지만 빠져나오기 힘들었다(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책임의 문제가 다가오는 것을 막아주는지도 몰랐다). 예를 들어 그가 테니스 클럽에 도착했을 때 시간을 주체하기 어렵고—또 거의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사랑을 간절히 원하고 있던 열아홉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수전이, 종교적 또는 도덕적 관념때문에,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막고, 빈틈없이 혼합복식을 칠 수 있는 전술만 가르쳤다면 어땠을까? 매클라우드가 계속 아내에게 성적 관심을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이 모든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어났다는 것을 일단 받아들이고, 그런 뒤에 책임을 물으려 할 경우에는 바로 전사로 들어가게 되는데, 지금 그것은, 그들 세 사례 가운데 둘의 경우에는, 접근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다.
그 감전된 듯한 첫 몇 달은 그의 현재의 질서를 다시 잡고 미래를 규정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예를 들어, 그와 수전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그들이 위장하기 위해 지어낸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가 사실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그녀에게 새 안경이 필요해서 차를 태워다 주는 젊은 남자였다. 그는 한 딸, 또는 두 딸 모두의 친구였다. 그는 말하자면 고든이 키우는 사람이었다. 이제, 서서히 얻어낸 평온한 상태에서, 그는 실제와는 다른 상황을, 완전히 다른 사실과 감정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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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들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삶의 아늑한 서사들을 믿지 않는다, 구원과 종결 같은 위안을 주려는 말에 숨이 막히듯이. 죽음이 내가 믿는 유일한 종결이다. 상처는 그 마지막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계속 벌어져 있을 것이다. 구원에 관해 말하자면, 그건 너무 깔끔하다, 영화 제작자가 먹이는 브롬화물예전에는 진정제로 쓰였다.이다. 그것을 넘어, 뭔가 너무 거창하다는 느낌이 든다. 인간은 너무 불완전해서 그것을 받을 자격이 없다, 스스로에게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는 그녀에게 작별 키스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었다. 이 또한 영화제작자의 브롬화물이었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 영화에서는, 그녀는 그것에 응답하여 약간 몸을 꿈틀거리고, 찌푸린 이마가 펴지고, 턱의 긴장이 풀릴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정말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들어 올려 뒤로 넘기고, 섬세하게 나선을 그리는 그녀의 귀에 마지막 “안녕, 수전”이라는 속삭임을 집어넣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몸을 약간 꿈틀거리고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뺨에서 눈물을 닦아내며, 천천히 일어나 그녀를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