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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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장편소설.
평생 두 번 읽은 책을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데, 이거 한번 더 읽어볼까 생각중이다.
작가가 나보다 네살이 많다. 내가 이래저래 인생을 의미없이 소모하고 있는 사이, 어떤 네살 많은 사람은 4년이 아니라 적어도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년은 거스르는데 성공했다. 10년이 뭐야 100년이라고 하고 싶다. 나도 더도 안바라고 30년만 거스를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래 사는 법은 그거다. 늦게 죽는게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밀도를 높여 마치 더 일찍 태어난 사람과 같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줄 알게 되는 것.
아래는 책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
여전히 난폭한 이 세계에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몇 있으므로
세계가 그들에게 좀
덜 폭력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이 세계는
진작부터
별로 거칠 것도 없다는 듯
이러고 있어
다만
곁에 있는 것으로 위로가 되길
바란다거나 하는 초
자기애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따뜻한 것을 조금 동원하고 싶었다
밤길에
간 두 사람이 누군가 만나기를 소망
한다
모두 건강하고
건강하길
2010년 6월
황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