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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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지는 좀 되었는데 이제야 정리. 일일이 타이핑 하기 귀찮아서 구글의 OCR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ㅎㅎ

원제는 Moonwalking With Einstein이고,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이라는 제목으로 전에 나왔다가 새로 디자인 바뀌어서 나옴.

Bookeins.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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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기억술의 핵심은, 우리 뇌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기억하기 쉬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방법은 기억할 내용을 상대적으로 기억이 잘 되는 시각 이미지로 바꾸어 기억의 궁전에 심는 것이다. 이때 재미있고, 외설스럽고, 기괴한 이미지가 기억에 더 잘 남는다. “무엇이든지 사소하고, 익숙하고, 일상적인 것들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 반대로 아주 비열하고, 치욕스럽고, 놀랍고, 믿기지 않고, 또는 우스꽝스러운 것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경향이 있다.”

위대한 기억술사와 그렇지 않은 기억술사는 어떤 장면을 머릿속에서 신속하게, 그림 그리듯 떠올릴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가를 수 있다. 정상급 기억술사들이 자신들의 기억 능력은 창의력에 많이 기댄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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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진을 보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과 만나면 꽤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했다. 철완 아톰과 아인슈타인의 만남, 즉 세기의 근육과 두뇌가 만나 서로 보듬고 서 있는 모습. 내 책상머리에도 이런 자세로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나는 이런 역사적 만남이 실제로 있었는지 궁금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검색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힘센 사람은 바로 찾을 수 있었다. 1977년에 태어난 마리우스 푸지아노스키라는 사람으로, 폴란드 비알라에 살고 있었다. 그는 맨손으로 약 419킬로그램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이건 두 살 된 내 조카 또래 아이를 한 번에 서른 명이나 들어 올리는 것과 같은 엄청난 힘이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지능지수가 가장 높은 사람’, ‘지능 챔피언’,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 등 갖가지 단어로 검색해 보았다. 검색해 보니, 뉴욕 시에 지능지수가 228인 사람이 있었고, 52명과 동시에 눈가리개 경기(눈을 가린 체스 기사 한 명이 눈을 가리지 않은 여러 명과 동시에 대결을 벌이는 경기 옮긴이)를 한 헝가리 출신 체스 기사도 있었다. 또 200자리나 되는 수의 23제곱근을 암산으로 50초 만에 푼 인도 여성, 4차원 루빅큐브를 빠르게 맞춘 사람도 있었다. 그 밖에도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처럼 천재라고 불려도 전혀 손색없는 사람이 수없이 많았다. 똑똑한 정도는 힘의 세기보다 계량화하기 쉽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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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벤 프리드모어는 달랐다. 그는 순서를 뒤섞은 포커 카드 한벌을 32초 만에 순서대로 암기할 수 있었다. 5분 안에 아흔여섯 가지 역사적 사실을 날짜대로 암기하기도 했다. 또 원주율 값을 5만 자리까지 알고 있었다. 부러운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보통 사람이 평소에 깜박 잊어버리는 것을 다시 찾거나 만회하느라 1년 365일 중 40일을 낭비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벤 프리드모어가 잠시 실업자였다는 것을 접어 두고 본다면, 그는 보통 사람들보다 생산적인 삶을 사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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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라는 것이 단지 지식을 습득하는 방편이라고 한다면, 나처럼 한나절 만에 책 한 권 뚝딱 읽고 내용이나 요점을 깊이 새겨 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책꽂이에 꽂아 두는 것만큼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책을 읽다 보면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 있고, 기억해 두면 유용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이지, 며칠 지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잊어버리는 것이 사실이다. 책꽂이를 보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모를 책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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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1928년 5월 어느 날, 젊은 기자 S가 러시아의 신경심리학자 알렉산드르 R. 루리야의 연구실에 찾아가 자신의 기억력을 시험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물론 자진해서 찾아가지는 않았고, 직장상사가 보내서 간 것이다. 신문사 편집장이던 그의 상사는 매일 아침 편집회의에서 취재를 위해 접촉해야 하는 사람들의 명단과 연락처를 기자들에게 속사포처럼 불러 줬다. 모든 기자가 수첩에 받아 적느라 정신 없었지만, 딱 한 사람은 예외였다. S는 멀뚱히 듣기만 한 것이다.

하루는 편집회의 중에 S의 무심한 태도를 참다 못한 편집장이 그를 따로 불러 제발 소명 의식을 갖고 일하라고 충고했다. 내 목소리가 꾀꼬리 소리라서 아침부터 목청껏 사람들 이름과 주소를 불러 준다고 생각하나? 관련 인물을 취재하지도 않고 기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주소도 없이 어떻게 찾아가겠나? 텔레파시로 접촉할 생각인가? 언론계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받아 적는 습관부터 들이라며 대놓고 나무랐다.

S는 자신을 꾸짖는 편집장을 우두커니 쳐다보면서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아침 회의에서 그가 한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읊었다. 기겁한 편집장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S는 나중에 자기 자신이 편집장보다 더 놀랐다고 고백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누구나 자기처럼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