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장편소설 : 百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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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토론 | 기여)님의 2017년 5월 13일 (토) 00:06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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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책이다)

59 퍼붓듯 쏟아지다가 반짝 갰다가 꾸물꾸물 어두워졌다가 툭툭 떨어지다가 다시 한차례 퍼붓고 점차 가늘어져서 그 비가 밤새 이어지는, 뒤끝 있는 날씨가 계속되었다.

144 사람이란 어느 조건을 가지고 어느 상황에서 살아가건, 어느 정도로 공허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인생에도 성질이라는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본래 허망하니, 허망하다며 유난해질 것도 없지 않은가, 하면서요.

160-161
나는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인간은 역시 유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별이요?
시끄럽고 분주하고 의미도 없이 빠른 데다 여러모로 사납고.

171-172 작가의 말

여전히 난폭한 이 세계에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몇 있으므로

세계가 그들에게 좀

덜 폭력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이 세계는

진작부터

별로 거칠 것도 없다는 듯

이러고 있어

다만

곁에 있는 것으로 위로가 되길

바란다거나 하는 초

자기애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따뜻한 것을 조금 동원하고 싶었다

밤길에

간 두 사람이 누군가 만나기를 소망

한다


모두 건강하고

건강하길


2010년 6월

황정은



황정은 - 1976년생.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마더'로 등단.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2010년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