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5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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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
– 한 강, ‘서시’ 의 부분부분. *표가 중략한 부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마지막 부분을 되뇌이게 된다.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