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8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시사in 기사(미안해요, 당신의 비밀을 알아버려서)를 보니 이런 영화가 있었네.
시간내서 봐야겠다
기사중에,
생전의 그녀는 대체로 유모였고 때때로 가사도우미였으며 종종 간병인이었다. 부모도, 남편도, 자녀도 없이 평생 남의 집을 전전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목에는 언제나 카메라가 걸려 있었다. 찰칵. 놀러 나온 아이. 찰칵. 거리의 부랑자. 찰칵. 삶에 지친 노인. 제 눈에 비친 세상을 쉬지 않고 흑백의 네모에 가두었다.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좋아하며 살다 간 비비안 마이어의 삶이 나름 괜찮아 보였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낸 나의 시간을, 나중에라도 이렇게 세상이 알아준다면 제법 근사한 일 아닌가, 살짝 부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근사한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넘겨 볼수록 미소 짓던 마음이 자꾸 시무룩해진다. 왜 이렇게까지 많이 찍었을까? 찍은 사진을 왜 한 번도 남에게 보여주지 않았을까? 그녀의 삶은 왜? 그녀의 사진은 왜? 끝내 누군가의 마음에 머물지 못하고 낡은 박스에 담겨 치워져야만 했을까?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작가 이상이 쓴 소설 <실화>의 첫 문장. 비비안 마이어는 비밀이 많았는데도 내내 가난하고 허전했다. 비밀 말고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점점 더 가난해지고 허전해지는 삶이었다. 죽을 때까지 단 한 장의 사진도 발표한 적 없는 은둔의 포토그래퍼.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라니.
이참에 이상의 ‘실화’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