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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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토론 | 기여)님의 2017년 8월 18일 (금) 12:18 판 (새 문서: <poem> 봄날 - 꽃이 아니면 이안 아내여, 꽃이 아니면 요절이다 꽃의 허리를 껴안고서 한 철을 시름으로 난 뒤, 내가 지운 꽃들과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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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 꽃이 아니면


이안



아내여,
꽃이 아니면
요절이다

꽃의 허리를 껴안고서
한 철을 시름으로 난 뒤,
내가 지운 꽃들과
나를 버린 꽃들을
한 세월의 자옥한
연기 속에서 달래어주며

나는 종종 과거에 나를 묻었고
과거를 통해 오지 않는 미래는
거짓이라 적어놓았지만,

아기를 나면 업어 기르고 잎이 돋으면 돋움질로 입맛춤하면서
그 속, 속에 깃들인 눈물을
사랑이라 쓰겠네, 가슴에 맺힌 멍이 불현듯
꽃이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의 머리맡에는 정말 한 접시의 꽃이 피었으나
아내여,
불에도 사는 꽃이 아니면
차라리 요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