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8 병아리를 파묻으며

ph
Admin (토론 | 기여)님의 2017년 9월 8일 (금) 18:09 판 (새 문서: <poem> 고진하 지난밤 쥐도 새도 모르게 쥐새끼에게 앞가슴 생살을 파먹혀 죽은 피 묻은 털가죽만 남은 병아리를 뒷뜰에 파묻으며 그래,...)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이동: 둘러보기, 검색

고진하



지난밤 쥐도 새도 모르게
쥐새끼에게 앞가슴 생살을 파먹혀 죽은
피 묻은 털가죽만 남은 병아리를 뒷뜰에 파묻으며
그래, 흙은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말해 버리고 돌아서니
여직 봉분 없는 무덤 주위를 배회하며 허둥거리던 삶이
간사하게도 고개를 높이 쳐들더라
삽날에 묻은 흙이 채 마르기도 전에




*
간사하게도 고개를 높이 쳐들어 쳐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