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 303호의 후유증 — 서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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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없이 반들거리던 너의 손톱과 끝이 빛바랜 머릿결,
굴곡 없는 콧대와, 밤이면 속속들이 별이 모여들던 너의 눈동자.
그리고 그 부드러운 입술이며 호수의 잔물결 같은 목소리며
같이 앉아 서로의 시간에 발을 담그던 그 벨벳 의자와
불쑥 껴안을 때 풍겼던 아카시아 향기, 유리 파편 같은 눈웃음.
그리고 오로라 색 양탄자 같은 너의 손등과
몇 번이고 쓰다듬던 너의 지문과 손마디.
아직도 지갑에 잠들어 있는 네 스무 살 적 얼굴과 금 빛 이야기들,
눈물을 앓는 내게 처방전이 되곤 했던 너의 체온과 어깨와
새벽녘 푸른 불꽃같았던 고백이며
너와 훗날을 함께 엮던 숱한 꿈들의 시나리오.
함부로 너를 잊자니
버려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