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 아주 짧게 소개하는 수학
Timothy Gowers (지은이), 박기현 (옮긴이) | 교우사(교재) | 201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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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반대 의견에 ― 그 중 일부는 분명히 다른 것들보다 더 심각한데 ― 비추어 볼 때, 계산과 거기서 나오는 예측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한 가지 접근법은 가능한 많은 반대 의견을 고려하는 것일 수 있겠다. 그러나 훨씬 더 합리적인 대책은 정반대이다. 즉 어느 수준의 정밀도가 필요한지 정한 다음 가능하면 단순하게 이에 맞추는 것이다. 어떤 단순화 가정이 답에 끼치는 영향이 아주 작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면, 그 가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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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에서 흑의 왕은 무엇인가? 이 별난 질문에 대처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은 약간 옆으로 피하는 것인 듯 하다. 사람들이 대체로 그러듯 체스판을 가리고 게임의 규칙을 흑의 왕에게 특히 주의를 기울여 설명하는 이상 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흑의 왕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그것의 존재 또는 그 내재적 본질이 아니라 게임에서 하는 역할이다.
수학에서 종종 말하는 추상적 방법은 수학적 대상에 이러한 태도를 취할 때 생겨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다음 슬로건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학적 대상은 곧 그것의 역할이다. 비슷한 슬로건이 언어철학에도 여러 번 출현했으며, 이런 슬로건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언어에는 단지 차이만 있다’라고 하였고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단어의 의미는 언어에서 그의 용법이다’라고 하였다(추가 참고 도서를 참조하라). 또 논리 실증주의자들의 구호인 ‘한 명제의 의미는 그것의 검증방법이다’도 있다. 철학적 이유로 내 말이 탐탁지 않다면, 내 말을 독단적 선언으로 간주하기보다는 경우에 따라 취할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사실은, 내가 보이고자 하는 것처럼, 고등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