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8 젖은 옷은 마르고 —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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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토론 | 기여)님의 2019년 3월 18일 (월) 09:50 판 (새 문서: <poem> 하루 종일 너를 생각하지 않고도 해가 졌다 너를 까맣게 잊고도 꽃은 피고 이렇게 날이 저물었구나 사람들이 매화꽃 아래를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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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너를 생각하지 않고도 해가 졌다
너를 까맣게 잊고도
꽃은 피고 이렇게 날이 저물었구나

사람들이 매화꽃 아래를 지난다
사람들이 매화꽃 아래를 지나다가
꽃을 올려다본다

무심한 몸에 핀 흰 꽃
사람들이 꽃을 두고 먼저 간다
꽃이 피는데, 하루가 저무는 일이 생각보다 쉽다

네가 잊혀진다는 게 하도 이상하여
내 기억 속에 네가 희미해진다는 게 이렇게 신기하여
노을 아래서 꽃가지를 잡고 놀란다

꽃을 한 번 보고 내 손을 들여다본다

젖은 옷은 마르고
미련이 없을 때, 꽃은 피고
너를 완전히 잊을 때
달이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