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6 세상은 평균이 견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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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은 평균이 견인하지 않는다
입력 : 2019.09.05 00:07:01 수정 :2019.09.05 15:44:19

10종목의 주식으로 큰 수익을 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10종목이 비교적 고르게 수익을 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전에서는 편차가 매우 크다. 큰 수익을 낸 한두 종목이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100개 종목을 보유한 어떤 펀드가 어느 1년간 20% 수익을 냈다고 하자. 이 정도면 보유 종목 중 6할은 수익, 2할은 거의 본전, 2할은 손실이 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수익이 난 6할 중 손실이 난 2할을 상쇄하면 4할이 남는다. 이들이 20%의 전체 수익을 만든다. 4할에 해당하는 종목의 수익으로 전체 20%의 수익을 만들어내기는 정말 힘들다. 이것이 가능해지는 이유는 수익을 내는 종목들 중에는 아주 크게 오르는 일부 종목이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이다.

100종목 중 3개가 평균 220%의 수익을 낸다면 이들이 전체 20%의 수익 중 3분의 1을 만든다. 500% 이상의 수익을 내는 종목이 포함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수익은 절대 고르지 않다.

10년에 걸쳐서 500% 정도의 수익을 냈다면 사람들은 전체 기간 중에 비교적 고르게 수익을 누적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록을 살펴보면 결정적인 큰 수익을 낸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 필자의 경험으로 1년 중 수익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날들을 합하면 채 1개월이 안된다. 전설적인 투자 구루들 인터뷰를 봐도 2~7%의 짧은 기간에 결정적인 수익이 난다고들 한다. 수익이 시간상 절대 고르지 않게 난다는 사실로 인해 대부분의 투자자가 실패한다. 이것이 주식시장을 흥미진진하게 한다. 이 수리적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주식 투자는 확률적 우위에 몸을 기대고 시간의 횡포를 견디는 게임이다. [1]

보유 종목의 극히 일부가 수익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면 얼핏 운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성공적인 분산 투자는 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 집합을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수익에 기여하는 종목을 포함하도록 집합을 선택하는 것에 더 가깝다. 전문가들 중에서도 이 현상의 본질을 수리적으로 깨닫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런 깨달음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체화되기 힘들다. 스스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반복하거나 시장 빅데이터로 실험하고 관찰함으로써 체화된다. 무작정 데이터를 만진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관찰의 `관점`을 설정하는 능력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종목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면 이들 종목의 상승은 대개 거품 상태까지 간다(여담으로 개인이 정치, 연예계에서 정상에 이르는 과정에도 반드시 거품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주식은 절대 파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아주 오랜 기간에 걸치면 크게 성장을 하는 기업도 있고 거기다 거품까지 끼면 한 종목이 수십 배 오르기도 한다. 너무 오래 보유하다 보면 큰 수익을 낸 종목도 대개 거품이 빠진다. 이런 의미에서 큰 수익을 낸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확률적으로 부채에 해당한다.

이런 부채적 수익은 처분하기 전에는 수리적으로 디스카운트 요인이 된다. 지나치게 오래 갖고 있는 것은 확률적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게 게임의 주기를 잘라서 통계적 표본의 크기를 키울 필요가 있다.

이상주의자들은 대부분 기업이 골고루 성장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주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여기도 극소수 기업이 결정적인 성장을 견인한다.

 세상은 안정을 바라는 평균적인 구성원들도 중요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는 극소수 사람들이 물꼬를 튼다. 세계사의 방향을 바꾼 것도 이런 사람들이다. 인간적인 성숙과는 별 상관이 없다. 인간과 사회, 경제, 투자 생태계는 절대 평균적인 구성 요소들이 견인하지 않는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주)옵투스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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