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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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

24 물론 내 표정에는 충격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당혹감의 찌꺼기가 어느 정도 남아 있었을 것이다.


29 말하자면 우리는 본질적으로 모두 같은 천에서 잘려 나온 사람들이었다.


146 우리 세대가 전 세대보다 덜 속물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세대가 더 이상주의적인 세대였다는 것이다.


164 나는 「한 주에 두 번 혹은 더 자주」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듣는데


198 늪지대에서 꽤 먼 거리에 지평선을 군데군데 끊는 헛간과 농가의 형체들이 보이긴 했지만,


292~293 "스티븐스 씨,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제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저 자신도 잘 모른답니다. 그래요, 사실입니다. 집을 나온 게 이번까지 세 번째죠."
그녀가 잠시 입을 다물었고 나는 도로 맞은편 들판만 내다보고 서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말했다.
"스티븐스 씨, 당신은 지금 제게 남편을 사랑하느냐 안 하느냐를 묻고 있는 것 같군요."
"그럴 리가요, 벤 부인, 내가 어떻게 감히……."
"어쨌든 꼭 답변해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스티븐스 씨. 당신도 말씀하셨듯이 이제 우린 오래도록 다시 못 볼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요, 저는 남편을 사랑합니다. 처음에는 아니었어요. 처음 오랫동안은 아니었어요. 그 옛날 달링턴 홀을 떠나올 때만 해도 제가 정말, 영원히 떠나게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답니다. 그저, 스티븐스 씨 당신을 약 올리기 위한 또 하나의 책략쯤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막상 여기로 와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저는 큰 충격을 받았지요. 그 후 오랫동안 저는 무척이나 불행했어요. 이루 말할 수 없이……. 그러나 한 해 두 해 세월이 가고 전쟁이 지나가고 캐서린이 장성했어요.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남편을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누구하고든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그 사람한테 익숙해지기 마련이죠. 남편은 자상하고 착실한 사람이에요. 그래요, 스티븐스 씨, 이제 저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