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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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의 시대 - 풀린 돈이 몰고 올 부의 재편
2017년 8월
김동환,김일구,김한진
448쪽 152*223mm (A5신) 778g ISBN : 9791130613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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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2005년부터 2008년 금융위기 때까지 미국에 있었는데요, 미국에서 살다 보면 가끔 놀랄 때가 있습니다. 우리도 서울의 강남과 강북이라든지 도시와 농촌 간에 큰 격차가 있습니다만, 미국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을 많이 합니다.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 외곽지역의 가난한 지역을 가보면 이게 정말 21세기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맞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정말 피폐한 지역이 많습니다. 이들 지역에는 흑인과 히스패닉계뿐 아니라 저소득 블루칼라 백인들도 살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꿈이 없어요. 교육 시스템은 무너졌고, 공공병원은 낙후됐고, 교량은 통행료를 지불하고 건너면서도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노후되어 있습니다.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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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말씀하셨듯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하여 모든 나라가 내수 부양을 앞세웁니다. 그런데 지구촌 모두가 국경의 문을 닫고 인위적으로 자국 일자리 늘리는 데만 집중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중국 정부도 내수부양책을 계속 펼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한계가 있는 일입니다. 설비투자율이 떨어진 것은 세계교역이 위축되기 시작한 2011 년경과 일치합니다. 중국인들의 임금이 오르고, 그에 따라 생산비용이 올라가고, 투자 동인이 줄고, 기존 설비의 가동률마저 떨어지기 시작했죠. 그리니 이제는 투자율을 떨어뜨린 요인인 임금 상승과 도시화 현상이 소비로 이어져 GDP 대비 소비 비율이 올라가야 할 시점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중국 경제는 거대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거시적인 변화에는 시간이 좀더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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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도 반도체 호황으로 비슷한 착시 현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2017년 상장기업 전체 영업이익은 200조 원(650 개 기업 기준)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이 중 약 27%인 53조 원을 삼성전자 한 기업이 낼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이나 가계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산업들이 중국 경제나 중간재 수요 둔화 등 구조적인 이유로 성장탄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등 특정 산업의 호황을 너무 확대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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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반도체를 말씀하셨는데, 반도체는 최근 호황이죠. 컴퓨터, 자동차 전장화부터 사물인터넷, 각종 모바일 기기가 반도체를 더 많이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몇몇 대기업에 국한된 일입니다. 물론 반도체 장비나 기자재 업체에 낙수효과가 있긴 하지만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제한적이죠. 이런 현상은 국경을 넘어서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국가 간 낙수효과와 산업 간 분업이나 상호 선순환의 고리가 약해진 듯합니다. 우리가 반드시 수출해야 하는 산업 가운데 상대 교역국이 반드시 수입을 원하는 산업의 수효가 줄고 있어요. 신흥국 경제 발전이 과거처럼 한국의 모든 범용 수출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세상도 아니고요. 미국과 중국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교역재의 교역 증대를 가져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대한 자기네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하기 때문이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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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의 양극화

김동환 가끔 저한테 부동산에 대한 문의를 해오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럴 때 아주 간단하게 대답합니다. 충분한 자산이 있으면 강남 등 이른바 프라임 지역에 집을 사시고, 그 정도 돈이 없으면 그냥 평생 살 집을 구하시라고요. 사실 고가권 아파트라고 하면 서울시의 강남이나 서초, 그리고 용산 일부 지역 등에 있는 아파트를 얘기하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서울과 인근 지역의 최고가 아파트와 최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열 배가 됐습니다. 압구정동이나 반포의 30평대는 20억 원에 육박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10분의 1 가격이면 비슷한 아파트를 찾아볼 수 있잖아요. 이건 1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죠. 또 30년 전에는 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별반 차이가 없었고요.
  그럼 왜 이렇게 아파트 가격에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갭이 메워질 것인가, 아니면 더 벌어질 것인가? 저는 장기적으로 보면 캡이 더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집값은 어디나 엇비슷해야 한다는 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같은 경우를 보면 한 블록 차이에 따라 집값이 크게 다른 게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같은 동네인 건가 싶을 정도로 신호등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극심한 빈부의 격차가 존재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에요. 맨해튼의 그 많은 아파트와 콘도미니엄들이 9·11 사태와 금융위기 때 가격이 속절없이 내려갈 것 같아도 다시 오른단 말이죠. 맨해튼만 하더라도 세계의 모든 부자가 이곳에 집을 갖고 싶어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올라갑니다.
  서울 중에서도 살고 싶은 동네라고 하는 지역의 아파트들 역시, 김 센터장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서울시는 아파트 공급을 틀어막는 정책을 시종일관 펼치고 있잖아요? 이런 규제로 인해 서울 지역 내에서뿐만 아니라 서울과 주변부 신도시들 간의 아파트 가격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를 용인하는 시스템이 계속되는 한 지역간 격차는 더 벌어질 거예요.
  또 하나는 몇 년 전만 해도 ‘지금 집을 사라고 하면 친구도 아니다’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논객들이 사회적으로 인기를 얻었죠. 부동산 필패론이 한때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때와는 거꾸로 요즘은 ‘당시 집을 사지 말라고 한 사람은 친구도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잖아요. 그럼 집값이 왜 이렇게 오르느냐? 기본적으로 저금리 때문입니다. 만약 2016년에 집을 샀다면 2%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초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유혹이거든요. 예를 들어 1억을 대출받아 집을 살 경우 한 달에 20만 원만 내면 된다는 얘긴데, 이것은 월급 생활자들에게 굉장한 매력으로 느껴집니다. 사실 저금리 구조가 순간적으로 훼손되어서 예전처럼 6~8% 정도까지 오르지 않고 제도권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3~4% 정도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고 한다면 괜찮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만한 특별한 이유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지방과 수도권의 노후 주택과 아파트들입니다. 바로 빈집의 위험인데요. 현재 일본의 경우 전국적으로 빈집이 800만 채가 넘습니다.

김한진 네. 도쿄에도 빈집이 상당히 많다고 들었습니다.

김동환 그 빈집들이 많은 곳이 교통이 좋지 않은 외곽지역이라는 건데요. ‘일본 가정식’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이때 가정(家庭)에서 ‘정(庭)’은 정원을 말합니다. 일본 남자들은 남자로 태어나서 정원이 있는 집에 살 때 자부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크기는 작더라도 정원 있는 집에 사는 것이 ‘단카이 세대(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의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노인이 된 단카이 세대가 이제는 병원과 복지시설이 가깝고 편리한 공동주택에 살고 싶어 합니다. 800만 채가 넘는 일본의 빈집들은 단독주택과 외곽의 아파트들입니다. 단카이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대규모 빈집이 발생하는 단절효과가 나타난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처럼 단절효과가 급격하게 나타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노인분들이 살고 있는 농촌의 주택은 이미 노후화가 많이 진행되어 집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집들은 일부가 귀농·귀촌 인구들의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수요로 충당될 것이고, 결국은 다른 목적의 토지로 전용될 것입니다.
  사실 문제는 지은 지 30년이 되어가는 1기 신도시 일부와 지방의 나홀로 아파트들입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용적률을 크게 높여줘야 재건축의 상업성이 생깁니다. 그것도 입지에 따라 선호가 크게 엇갈리죠. 이렇게 상업성이 떨어지는 노후화된 신도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우리 주택시장과 관련된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입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저의 생각은 전체 시장을 두고 지나치게 낙관도, 비관도 하지 말라는 겁니다. 다만 지역적 편차가 더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그저 집 한 채 있으면 다 같지’라는 생각을 했다가는 크게 후회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기준

김일구 문제는 금리인 것 같습니다. 주택 공급량으로 보면 이제 총량에서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계산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만, 우리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기준에 따르면 2014년 주택보급률은 서울이 104%이고 전국이 118%입니다. 2000년 서울 77%, 전국 96%였던 것과 비교하면 공급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김한진 오피스텔 등을 포함하면 더 높아지겠죠?

김일구 그렇죠. 그런데 집을 지을 때 거기에 몇 가구가 살지 모릅니다. 구분이 잘 가지 않거든요. 오피스텔과 달리 다가구 주택은 구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서 그 건물에 몇가구가 들어와 있는지를 집계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최근에는 전력요금계가 몇 개 있는가로 다가구주택의 가구수를 집계한다고 합니다. 통계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주택보급률은 이미 충분히 높아진 것 같습니다.
  이제 문제는 주택 공급 총량이 아닙니다. 양질의 주택은 여전히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요가 많을 텐데, 이 수요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지난 몇 년간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많이 지으면서, 2015~16년 2년간 약 100만 호씩 주택 공급이 늘어났습니다. 주택 총량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총량을 늘리는 정책은 대규모 미분양과 빈집을 양산할 위험이 큽니다.
  주택 총량이 지나치게 많아져도 저금리가 지속될 때는 투기적 수요가 따라붙습니다. 금리가 낮으니 결국 부동산밖에 없지 않겠나 하는 투기심리가 가세하는 거죠. 그러나 금리가 올라가면 이 투기적 수요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어 있습니다. 부동산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이후에 팔려고 할 때 누가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좋습니다. 투기적 수요자가 살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만두어야 합니다. 실수요자가 내 부동산을 이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살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를 권합니다.

김한진 저는 앞으로 우리나라 집값이 이자율과 금융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리라 봅니다. 최근 글로벌 집값은 모두 저금리에 힘입어 튀었습니다. 주택시장에 어떤 다른 변화가 없더라도 금리 변동과 대출환경의 변화만으로도 주택 수요가 급변하고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것입니다. 부동산투자나 집값 전망이 이제부터는 금리 전망, 금융 조건 전망과 일맥상통하게 된다는 뜻이죠.

김동환 주식시장으로 치자면 신용물량이 많아진 거네요.

김한진 네, 그렇습니다. 저는 정부가 투기 수요를 지혜롭게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투기 수요는 서민들의 거주비와 임대료 상승을 통해 소득분배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우리는 밥을 사 먹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건물주에게 너무 많은 돈을 갖다 주면서 살아가고 있죠. 심하게 표현하면 소작농과 지주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또한 투기 수요는 주택시장에 과도한 변동성을 만들어 실제 거주 목적으로 집이 필요한 서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합니다. 간혹 발생하는 주택 경기 급랭은 부자들에게만 또다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요.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부동산시장을 통한 소득 불평등, 부의 불평등은 더욱 골이 깊어만 갑니다. 과도한 주거비용은 내수경기 전체를 끌어내리고 갈등을 키우며, 새롭게 경제활동에 진입하는 청년들을 무기력하게 합니다

김동환 어쨌든 우리가 부동산시장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게, 우리는 지난 40~50년 동안 부동산 불패라는 자산시장의 큰 흐름속에서 살아왔거든요. 물론 삼성전자 주식을 30년 동안 갖고 있는 경우보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덜했겠죠. 하지만 워낙 큰 자산이고 거래비용이 크기 때문에 회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전제하면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었다고 할 때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지 않았겠습니까? 여기에 강남과 같은 입지 좋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얻은 가치들, 예를 들어 교육환경과 부유층 커뮤니티로부터 얻은 정보와 인맥 등을 고려하면 단순한 수익률 계산은 사실 큰 의미가 없을 정도입니다. 결국 부동산, 특히 아파트를 비롯한 거주용 부동산시장은 일방적인 강세, 약세를 논하기보다 어디에 내 삶의 터전을 잡을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파트 가격의 양극화를 말씀드렸습니다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질 양극화에 이르기까지를 바로 이 삶의 터전에 대한 선택이 좌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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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말했지만 1960년대 베트남전쟁 때 풀렸던 돈이 1970년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낳았던 것처럼,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풀려나간 돈이 곧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1960년대에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펴면서 돈을 썼기 때문에 나중에 거둬들일 수 있는 돈이 아니었던 데 반해, 이번에 풀려나간 돈은 중앙은행이 빌려준 돈이기 때문에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재정정책은 정부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돈을 지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부양 효과가 높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성도 크다. 반면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춰서 돈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부양 효과가 작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성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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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성장 모델

김일구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이 문제가 심각했죠. 건설투자에 의존한 양적인 성장은 정말 상상력이 빈곤한 사람들이 쓰는 정책입니다.

김한진 그간의 정부나 정치권에서 구조개혁, 생산성 개선, 창조경제, 부가가치 증대···, 뭐 이런 슬로건을 사용하지 않은 적이 없었죠.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나 생산성 증대는 구호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김 센터장께서 말씀하셨듯이 교육과 창의적 사고, 탈규제, R&D 생태계 등 총체적 환경 개선이 꾸준히 추진돼야 합니다. 특히 저는 현재의 대기업 중심 성장구조에서는 혁신적인 성장 모델을 이루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스타트업 기업 (start-up enterprise, 신생 벤처기업)에서 벤처기업, 중소기업,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의미의 창조기업 군락, 혁신기업 생태계가 끈끈하게 구축되어야 합니다.

김동환 혁신을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기술혁신도 생산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많이 언급되고요. 그런데 저는 우리 사회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지름길은 극단적인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득과 자본의 극단적인 편재가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협의가 온전히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내세운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봅니다. 투자도 소비도 하지 않는 돈이 늘고 노동소득 대비 자본소득이 일방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건강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걸 방치한다면 사회는 더욱 불안해질 겁니다.

김한진 맞습니다. 그간 우리 성장 모델은 앞서 말씀드린 바처럼 자본주의 원리대로 자본가에게 성장의 몫이 더 많이 배분돼왔습니다. 노동자의 몫은 계속 줄었고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커졌고, 근로자 중에는 대기업을 다니는 소수의 사람이 성장의 과실을 월등히 많이 누렸습니다. 여기에 집값 상승이 소득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했죠. 이 총체적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지금 한국은 양극화의 길을 너무 많이 달려온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무조건 분배를 앞세워 복지만 늘리자는 뜻은 아니고요, 진정한 성장동력을 장착하기 위한 시스템을 말씀드리려는 겁니다. 수출로 성장을 높이고 부가가치의 파이를 키우되, 이를 배분하는 시스템을 정의롭게 만드는 일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동환 그러니까 이걸 바로잡는다면, 잠재성장률을 어느 정도까지는 올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단기간에 이룰 수는 없겠죠. 하지만 소비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습니까? 정말 돈을 쓰고 남아서 저축하고 주식투자를 하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소득이 늘어나도 소비가 따라서 늘지 않죠?
  예를 들어 한계가구, 즉 처분가능소득에서 기본적인 이자만 내도쓸 돈이 없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지 않습니까? 최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한계가구가 150만 4,000가구까지 확대됐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잉여소득이 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소비가 다소간 개선될 것입니다. 다만 어떤 방법을 통해서 시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가 2017년 상반기에만 약 24조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어요. 그런데 이 돈이 투자, 배당, 급여, 납품업체의 납품 단가 등으로 이전되지 않는다면 사실 삼성전자의 성장에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결국 편재되어 있는 돈이 흐를 수 있도록 물꼬를 터야 우리 경제의 파이가 커질 겁니다. 피가 순환하면서 영양분을 퍼트려 인체가 성장하듯 말이죠.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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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저출산의 요인은 많겠지만 저는 청년실업이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최고치인 10.5%(2017년 6월)이고 실질 체감(구직 단념자 등 포함) 청년실업률은 23.4%에 달합니다. 청년이 백수라는 것은 30대 일자리 역시 부족하다는 뜻이고요, 통계상 고용으로 잡힌다 해도 고용의 질이 썩 좋지 않은 상태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일자리가 불안정하면 결혼이 늦어지고, 이는 출산을 어렵게 합니다. 일자리가 불안정한데 어찌 편하게 결혼하고 아이도 많이 낳을 수 있겠습니까? 살인적인 주거비는 근로의욕을 완전히 꺾어버릴 수준으로 치솟고, 여기에 각박한 보육환경, 교육비 부담이 더해지면서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편안하게 가지지 못하는 거죠.

135

김일구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주식시장의 가장 큰 호재는 일본처럼 되지 않는다는 믿음입니다. 물론 2008년 이후 우리 정부가 써온 정책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시기에 일본 정부가 쓴 정책과 비슷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4대강 사업으로 정부가 빚을 늘렸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대규모 아파트 분양으로 가계가 빚을 늘렸습니다. 이렇게 늘린 빚으로 건설투자를 하게 해서 추락하는 경제성장률을 붙잡아두려고 했죠. 이런 정책은 일본도 1990년대 이후 빈번하게 썼고 또 매번 빚만 늘어나고 경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데 실패했던 것들입니다. 일본에서 실패한 경제정책이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건데, 그럼에도 제가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국민이 이제 이러한 소모적인 경제정책에 대해 ‘노’라고 외친다는 것입니다. 건설투자 중심의 보여주기식 경제정책은 자산 가격만 끌어올리고 일자리는 만들지 못한다, 소득 양극화만 심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153~155

김동환 저는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려고 하지 말라고 제언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평가할 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경제정책이라는 건 그 정권의 리더십들이 가진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 가치가 정책으로 발현되는 것이 그 정부를 특징짓는 경제정책이잖아요.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성장에 방점을 둘 것인가, 분배에 방점을 둘 것인가에 대한 주제가 없어요. 그냥 땜질이에요. 해외 변수가 터지면 그때마다 응급처치를 하는 데 급급했는데, 심지어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그 과정에서 왜곡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증세 없는 복지’였잖아요?
  새 정부는 차라리 증세를 비롯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웬만큼 경제적 규모가 있는 거의 모든 국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중략)
  그래서 저는 초고소득자 개인이나 일정 금액 이상의 이익을 내는 기업에 대해서는 명목 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공제 축소 등 실질 세율로 어떻게 조정을 해보겠다는 것 자체가 미덥지가 않아요. 그냥 솔직하게 증세하겠다고 고백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결국 증세의 목적이 복지가 됐든 성장의 잠재력을 높이는 데 쓰이든 우리 경제를 저성장으로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인 부의 편재와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166~167

김한진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은 부채 증가와 자산 가격(특히 미국 집값) 거품, 그 거품을 도운 파생상품이었습니다. 여기서 파생상품은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와프)와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를 말하는데, CDS는 대상 자산이 부도날 확률에 투자하는 상품이고 CDO는 새로운 신용등급의 합성 부채담보증권이죠. 그런데 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1929년 주가 폭락과 기업의 연쇄파산으로 대변되는 미 대공황의 원인도 부풀려진 자산과 신용팽창에 있었습니다. 빚을 내서 소비하고 빚내서 집 사는 과정에서 거품이 만들어졌고, 그 거품이 꺼지면서 빚을 갚지 못한 사람들이 파산한 거죠. 금융위기의 빤한 레퍼토리라 할 만큼 반복된 역사입니다. 1980~9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 파산과 2000년의 닷컴 버블, 그리고 가장 근래 2008년의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상징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위기의 원인과 현상 그리고 처방과 결과까지 얼추 비슷합니다. 거품의 대상이 되는 자산은 시대에 따라 부동산, 주식, 원자재 부실채권 등으로 다양합니다. 대개는 다 함께 등장하고 다 함께 퇴장하죠. 자산 가격의 거품은 그 이전의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잉태됩니다. 무분별한 통화팽창과 신용팽창, 저금리는 처음에는 위기 수습과 경기부양의 수단이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서 보면 거품의 불을 지피는 땔감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위기 발생 → 금리 인하와 통화팽창 → 위기 수습과 경기회복→ 팽창된 통화로 인한 자산 가격(집값, 주가) 급등 → 자산시장의 거품과 경기 과열 → 자산 가격 거품 붕괴 →금융 부실화, 정부의 막대한 공적 자금 투입 → 금리 인하와 통화팽창···. 이런 과정이 반복되어온 셈입니다. 그사이에 경제 주체들의 부채는 팽창해왔고 국가재정은 악화됐으며 경제 불평등은 한없이 심화되어왔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세계 금융시장에는 1970년 이후 약 37번의 크고 작은 변동성이 있었습니다. 1년에 대략 한 번꼴로 주가, 환율, 금리 등 가격변수들이 위아래로 제법 세게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그중에 8번은 매우 쇼킹한 금융위기로 기록됐는데요, 그러니까 대략 6년에 평균 한 번쯤은 정말 큰 위기가 꼬박꼬박 찾아왔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하지만 반복적인) 위기를 두고 분석가들이나 언론은 그때마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위기라고 떠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위기가 왔다 해서 세상이 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위기로 인해 당국은 미친 듯이 돈을 풀었고, 그결과 다음의 자산 거품이 또다시 잉태됐죠.

(하략)

175

미국 민간 부문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순자산 비율

176

  결국 저는 다음 위기의 트리거를 자산시장의 가격 조정에서 찾고 싶습니다. 저금리에 힘입어 오른 자산 가격의 부담 정도가 관건인데요. 앞의 그림 <미국의 민간 부문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순자산 비율>은 일종의 거시 멀티플 지표죠. 지금 이 비율은 2000년 닷컴 버블 수준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닷컴 버블 때보다 민간소득 대비 순자산 규모가 더 팽창해 있다는 뜻입니다. 그 주요인은 주가와 집값 상승입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좀더 이어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도 부담이 커 보입니다. 자산을 담을 그릇(소득)은 제한돼 있는데 자산 규모가 너무 커지면 자산 가격 자체가 조정을 받을 위험이 커집니다. 소득 증가 속도와 자산 가격 상승 속도 간에 괴리가 커지면 금융위험이 커지고요. 자산 가격 하락이 경기를 끌고 내려갈 때 과잉 부채자의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이들이 자산을 처분해 신용을 유지하려고 하는 바람에 자산 가격은 역버블(과도한 하락)을 향해 더 내려갑니다.
  금융시장의 긴장감이나 요동이 다행히 잠시 딸꾹질 정도로 지나가면 괜찮겠지만 길어지면 위험이 일파만파 확산됩니다. 사실 빚을 늘려 세계 경제가 무한한 성장을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 문제겠습니까? ‘돈 공장’만 돌아가면 되죠. 사람들은 지금 각국 중앙은행과 미국 연준의 놀라운 솜씨에 그저 감탄하고 경의를 표하고 있지만, 실은 그 이면에 누군가의 희생이 또 예정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쉬운 길은 진리일 리가 없습니다. (한)

182

유동성 볼륨이 커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통제가 온전히 미치지 못하는 곳이 바로 자산시장입니다. 이런 현상은 수백 년 동안 반복되어온 레퍼토리입니다. 아무튼 이런 시각에서 위험을 좀더 관찰해가면서 의견을 계속 나누시죠. (한)

183

(전략) 현재도 그렇습니다. 경제가 원래 상황으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금리를 아주 천천히 올리면 됩니다. 그러면 그 피해를 누가 받느냐? 저축을 할 수밖에 없는 은퇴 예정자들입니다. 그분들은 지금 저축을 해야만 합니다. 은퇴 후 생활을 대비해야 하니까요.
  이분들이 비용을 다 지불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금리를 빨리 올리자는 말이 나올 때 미국의 매파(보수강경파)들이 이야기하는 게 은퇴자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보고 있는지 아느냐, 저금리가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은퇴자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 저금리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젊은 층에게 비용 부담 주지 않고 저금리를 더 끌고 가려는 재닛 엘런 연준 의장이 나이 드신 분들한테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겠습니까. 금리가 제일 낮을 때는 100만 달러를 예금해도 하루에 코카콜라 하나 사 먹을 이자밖에 안 나왔다고 해요.
  저는 금리를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가가 올라도 컨트롤할 수 있어요. 트럼프도 저금리를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옐런도 저금리를 좋아합니다. 무조건 낮은 거 좋은 게 아니고 경제 펀더멘털보다 느리게 올려야 한다는 거죠. 그 비용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세상의 문제를 키울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일)

191

  중국 기업들에 대한 주식투자가 열려 있는 홍콩H지수를 보면, 2006년과 지금 주가지수는 1만 포인트로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지수의 시가총액은 1.4조 홍콩달러에서 2.8조로 두 배가 늘어났습니다. 우리 돈으로는 거의 200조 원의 시가총액 증가입니다. 홍콩H지수의 80%는 금융인데,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신규 상장도 하고 증자도 했다는 얘기죠.
  저는 이 사실을 중국 사람들이 굉장히 스마트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아주 뛰어나다는 걸 방증하는 것으로 봅니다. 이들은 금융이 가장 위험하고 또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한 것임을 알고 있어서, 금융만 쏙 빼서 홍콩 시장에 상장시켜놓고 외국인 투자를 허용한 겁니다. 빚으로 성장하다 보면 부실의 위험이 따르게 되는데, 그러한 위험을 안고 있는 금융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처음부터 개방해서 투자를 받고 있는 거죠. (일)

김동환 누가 농담 삼아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20세기 세계사에 가장 큰 미스터리가 중국이 사회주의를 채택한 거라고요.

김일구 맞습니다. 중국 사람들을 괜히 ‘왕서방이라고 부르는 게 아닙니다. 돈과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194~195

  한국도 그랬듯이,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경제의 성장은 기업이 돈을 많이 빌려서 투자를 함으로써 이뤄집니다. 잘되면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빚을 못 갚는 부실기업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부실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이 떠안습니다. 신흥국의 주가지수를 보면 대부분 금융주 비중이 엄청 높아요. 주식시장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국가에서는 주식을 금융기관이 먼저 발행하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발행하죠. 그리고 기업이 주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니까 금융이 그렇게 커지지 않습니다. 미국의 대형 기업 500개로 구성된 S&P500지수만 보더라도 금융의 비중은 20% 미만입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경제 개발을 위해 주식시장을 만든 한국이나 중국, 이머징 국가들은 제일 먼저 은행부터 상장시킵니다. 은행이 자금을 모아서 기업들에 대출을 하도록 하는 거죠.
  이것이 경제 개발 정책의 핵심입니다. 그러다 보니 신흥국 주가 지수에서는 금융의 비중이 높습니다. 그런데 금융회사들은 장기적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기업은 아니에요. 우리나라의 19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과정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신흥국에서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기업 부실을 털어내느라 주가가 올라갈 겨를이 없습니다. (일)

204~205

중국이 외환시장을 개방한다면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외환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거죠. 개방하면 공매도가 가능해지니까요. 중국 정부가 공매도에 대응하려면 금리를 확 올려야 합니다. 그러면 부동산시장이 붕괴되면서 망합니다. 중국은 공매도가 안 되니까 사람들이 홍콩에서 하죠. 그런데 홍콩달러는 아무리 공매도를 해봤자입니다. 홍콩은 통화에 대해서 공격이 들어오면 공매도 세력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만큼 금리를 60~100%씩 올려버립니다. 그렇게 올려도 국내 경제에는 거의 영향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때 통화에 대한 공격을 금리를 올려서 막지는 못했습니다. 경제가 박살 나는 게 두려웠으니까요. 결국엔 막지 못하고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까지 간 거죠. 중국 역시 외환시장을 개방하면 망합니다. (일)

207

선거운동 과정에서 B급 이미지를 활용한 것도 닮았다. 보통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귀족 집안에서 자란 반듯한 인물이어서 가난한 백인들의 지지를 받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레이건은 젊은 시절 주로 B급 영화에 출연한 배우여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트럼프는 와튼스쿨 출신에 갑부로서 서민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주류 언론을 비아냥거리며 트위터로 직접 소통하고 막말을 자주 쓰면서 서민에 친숙한 B급 이미지를 만들었다.

226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도 트럼프와 비슷한 리더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푸틴만 보더라도 헌법을 바꿀 수는 없으니 재임까지만 한 후에, 자기 부하를 대통령 한 번 시키고 다시 본인이 세 번째 대통령 하고 있잖아요. 두테르테는 어떻습니까? 본인이 관리하는 자경단을 시켜 마약사범 수천 명을 즉결처분했는데, 그래도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합니다. 얼마 전에는 터키 개헌이 있었죠. 에르도안이 술탄, 그러니까 군주가 되겠다는 겁니다. 계산해보니까 대통령을 20년은 더 할 수 있겠더라고요. 지금 예순이니까 여든까지 하겠다는 거죠. 왕정 시대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시도인 개헌입니다. 말 그대로 스트롱맨들의 전성시대죠.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스트롱맨들이 이 시기에 등장하느냐 하는 건데요, 결국 빈곤의 문제 때문입니다. 1960년대도 스트롱맨들의 전성시대였습니다. 한국의 박정희, 필리핀의 마르코스 등 전제 군주적인 개발 독재 스트롱맨들이 있었죠. 그런데 개발 독재를 할 때는 보통 성장률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양극화가 진행됐지만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빈곤의 확대, 부의 편재, 양극화가 동시에 심해지다 보니까 빈곤 문제를 누군가가 해결해주던 독재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향수가 생긴 겁니다. 그것이 이러한 마초적 정치 리더십을 다시 탄생시킨 배경이죠. (동)

229~230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환보유고를 쌓을 필요가 없는 나라입니다. 달러가 약세여도 미국 국채는 잘 팔립니다. 달러 약세, 곧 상대국 통화의 강세는 앞서 말씀드린 미국의 비교우위 상품을 해외로 밀어내는 데 아주 유리한 조건입니다. 미국의 막강한 금융 산업도 상대국 통화가 강세일 때 여러 가지 사업을 펼치고 돈 벌기가 유리합니다. 한편 국채는 미국의 부채인데요, 미국 국채의 매력은 통화정책과도 연관성이 높습니다. 달러표시 국채를 각국에 팔 때 아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종이에 알록달록한 잉크로 잘 인쇄를 해서 수입대금으로 달러지폐를 지불해주면 상대 교역국 사람들은 그걸 받고 매우 좋아합니다. 교역국들은 그것으로 미 국채를 다시 사줍니다. 이게 바로 달러 리사이클링(dollar recycling) 과정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에 쌓여가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가 있습니다.
  가끔 달러를 평가절하시켜서 상대방이 미국 물건을 더 많이 사 주도록 유도할 수도 있고, 대외부채의 장부 금액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채가 잘 안 팔리거나 달러 강세가 필요한 경우에는 글로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법도 종종 동원됩니다. 전통적 비교우위재인 국방재를 수출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으니 평 먹고 알 먹는 셈이죠.
  트럼프 집권 기간에 이러한 범주의 일들은 더욱 빈번해질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게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우위에서 가능한 일들입니다. 특히 미국의 군사력은 비교우위가 아니라 세계에서 절대우위인 상태이고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한)

232~233

또 하나, 자산시장의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겁니다. 지금도 사실 미국은 완전고용 수준 아닙니까. 실업률이 4%대잖아요. 지표로 나타나는 고용률을 더 좋게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소득을 올려야 하는 거죠. 최저임금도 높이고요. 결국 일반 근로자들의 소득을 높여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득을 높여주려면, 기본적으로 미국에 공장 짓고 자동차 팔고 냉장고 파는 기업들의 재고가 없어져야 합니다. 결국 잘 팔려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잘 팔리기 위한 조건이 뭘까요. 집값이 오르든 주식값이 오르든 아니면 이자율을 높이든 간에, 하여튼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소비가 더 빨리 늘 테니까요. (동)

239~240

트럼프가 자산 가격 버블을 만들 거라고 제가 계속 주장하는 이유는 이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도 질 좋은 일자리의 임금은 계속 올랐잖아요. 월스트리트도 그렇고 구글, 페이스북 같은 실리콘밸리의 직장은 복지도 좋고 급여도 굉장하죠? 하지만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미국 청년들은 여전히 10달러 안쪽의 시급을 받고 있단 말이죠. 렌트비, 유류비, 통신비 내면 쓸 돈이 없어요. 미국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가 이거잖아요. 돈 있는 사람은 계속 잘 벌고 하층민들은 소득이 안 올라요. 그러니 실업률이 4%대에 불과한데도 소비가 늘지 않는 거죠. 트럼프노믹스는 그걸 해결하려는 거고, 하부구조에 있는 사람들의 소득을 늘려서 잘살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양질의 직업을 만들고 시급, 주급을 올려주면 당연히 소비가 살아납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무역이나 경제 의존도가 높기는 하지만 별로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트럼프가 버블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추세대로 가면 미국 경기는 지금보다 단기적으로는 더 좋아질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로 우리를 어렵게 하는 것보다 이 버블화의 과정이 우리 경제에 숨통을 틔워 주는 시기가 더 빨리 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수출과 제조업 위주의 소규모 개방 경제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훨씬 빨리, 직접적으로 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주식시장,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될까요? 지금도 다우지수가 계속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죠. 차트만 보면 매우 위험해 보이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트럼프를 거기에 대입해 상상해 보면 ‘다우지수, 이거 뭐 1~2배는 더 올라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매우 위험하지만 트럼프의 행태가 그렇습니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입니다. 디벨로퍼의 특징은 레버리지입니다. 뉴욕 맨해튼에 100만 달러로 건물 지어서 110만 달러에 팔아 돈을 벌려는 사람이 아닙니다. 트럼프의 비즈니스 모델은 자기 돈 100만 달러에다 은행에서 몇천만 달러를 더 빌려 분양한 다음에 100만 달러의 수십 배를 버는 겁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에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죠. (동)

242~243

김동환 트럼프의 정책과 세계 경제의 순환에 연결되는 이야기로 보이는데요. 이건 순전히 제 예상이지만 만약 트럼프 2기가 가능하다면 2년 차 정도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버블 붕괴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 박사께서 말씀하신 대로 미국 월스트리트의 오류와 실패로 금융위기가 또 한 번 발생하더라도 그 비용을 다른 나라에 전가할 테니까요.
  어떻게 보면 규모의 경제가 워낙 큰 미국의 경기가 좋아지고 버블을 만드는 징후보다 다른 나라들의 버블이 먼저 튀어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버블이라는 잠재적인 리스크를 키우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버블이 만들어지고 그 버블이 트럼프 연간에 붕괴한다고 전제하면, 신흥국 중에서 비교적 펀더멘털이 있고 미국과의 무역관계를 버터내면서 비교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제조업 강국들의 자산가치 상승이 미국보다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그다음에 미국의 자산가치가 재차 상승하는 거죠. 그리고 버블의 붕괴 역시 같은 순서로 이뤄질 것입니다. 먼저 올랐던 나라가 먼저 꺼지고 미국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임기를 끝낼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253~254

버블의 형성과 모순

김한진 제가 우려하는 것은 지금 사람들이 지난 10년간의 이례적인 초저금리를 일반적인 상황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 이러한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행위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면서 동시에 앞으로 미국 경제가 당연히 탄탄한 초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더욱이 트럼프의 재정정책이 미국 경기의 보험 역할을 해줄 테니 경기하강 위험이란 애초에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단 말이죠.
  다시 말해 트럼프 정부는 지금 3% 성장을 확신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구조적인 저금리와 더딘 금리 인상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순입니다. 앞뒤가 안 맞습니다. 둘 중 하나는 틀릴 공산이 크죠. 앞으로 경기가 실망을 주거나 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올라가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과거와는 다른 비탄력적인 ‘고용-임금-물가’ 관계라 해도, 또 통화당국이 저금리정책을 계속 고수한다고 해도, 물가와 금리가 경기에 전혀 반응을 안 보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일구 경제는 좋아지는데 금리를 안 올리면 누군가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죠. 제가 볼 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전 세계 채권 시장에서 만기구조가 엄청 장기화됐습니다.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이 노후를 위해서 그 낮은 금리의 비싼 채권을 다 샀어요. 그분들이 이미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여기서 금리가 높아지지 않으면 이분들이 비용을 다 지불하게 되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젊은 사람들을 위해 은퇴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거죠.
  그래서 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나이 든 사람들이 빨리 금리 올리라고 난리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피해자는 은퇴를 위해 연금을 든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62~263

저는 미국에 현지화하려는 회사들 주식을 지금 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반에는 주가가 좋을 겁니다. 수출도 좋을 거고, 현지화하면 더 잘 팔릴 거라는 장밋빛 기대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장이 완공되고 제품을 출하할 무렵이면 트럼프가 만든 버블이 꺼지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고, 재고는 쌓이고, 약속을 지켜야 하니 고용은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버블 붕괴의 상징적인 모습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에 현지화한 중국, 일본, 타이완 등의 제조업체들이 당할 심각한 후유증입니다. (동)

김한진 ‘시장은 눈을 아홉 개 가진 괴물’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미스터 마켓(Mr. Market)은 우리보다 훨씬 똑똑하죠. 우리 기업에 트럼프의 정책으로 인한 편익보다 잠재적 비용이 더 크다면 시장은 이를 알게 모르게 반영할 것입니다. 통상마찰, 보호무역, 환율, 외교 안보, 통화정책 괴리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 그리고 남북긴장 비용 등이 그것입니다. 물론 이런 비용들은 단기적인 성격의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그 발톱을 숨기고 있지만, 시장이 약해질 만할 때 표면으로 부각돼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김동환 그런데 그런 식으로만 접근하면 버블이 생겨선 안 됩니다. 2008년 같은 일이 벌어지면 안 되는 거죠. 제가 버블이 생길 거라고 믿는 이유는 사람은 탐욕과 공포를 반복하기 때문이죠.

김한진 지난 오바마 정부 8년 동안 주가나 집값이 조금만 올랐거나 연준이 금리를 좀더 많이 올려놓았다면 이제부터는 좋아질 일만 남았죠. 하지만 시장은 좋은 것은 미리 다 반영했고 부담될 만한 일들은 뒤로 다 미뤄놓은 것 같습니다.

273~275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모두 금리를 크게 낮춰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차입자들에게 유리한 경제환경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이들이 돈을 빌려 소비와 투자에 나선 것이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이자수입에 의존하는 금융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부작용도 드러났다. 초저금리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올라 자산이 많은 고소득층은 더 부유해졌지만,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지 않아 저소득층의 삶은 팍팍해졌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미국과 영국 및 여러 유럽 국가에서 저소득층의 성향이 국수주의, 보호주의로 바뀌었다. 이는 영국의 EU 탈퇴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은행과 보험사의 수익성이 현저히 악화되면서 새로운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 예금과 대출 사이의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주가가 폭락했다. 보험사도 금리 하락으로 인해 계약자에게 약속한 보험금과 연금을 지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대규모 증자를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결국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그것을 통해 얻은 것도 일부 있지만 잃은 것이 워낙 커서, 앞으로 2008년과 같은 상황이 다시 오더라도 이러한 극단적인 통화정책은 사용되지 않을 것 같다. 버냉키의 뒤를 이은 재닛 엘런 FRB 의장도 ‘금리가 지나치게 낮으면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291~292

이런 비민주적인 스트롱맨이 세계 주요국에서 동시에 출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바로 저성장의 결과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 진행된 중산층의 붕괴와 경제 침체, 예전 독재자들이 다스리던 때만 하더라도 고성장을 구가했고 오히려 양극화가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다는 향수가 있다. 절차적인 정당성은 다소 약하더라도 고도성장을 해낼 수 있고 나라의 적폐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리더라면 민주주의는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러스트 벨트의 백인 실업자들에게는 그의 기행과 막말도 싫지만 매번 세계평화를 외치고 관념적인 수사에만 갇혀 있는 기존의 워싱턴 정가 출신을 더는 신뢰할 수 없다는 거다. 좋은 사람도 아니고 도덕적인 사람도 아니지만, 일단 판을 바꿔야 한다는 희구가 그들에게 있었다.

293~295

트럼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왜 아무도 트럼프 당선을 점치지 못했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과TV 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필자는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공화, 민주 양당의 예선전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많은 전문가와 인터뷰를 해봤다. 기억하기에, 단 한 명의 전문가도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의 후보가 되리라고, 더 나아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예측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게다. 단 한 명, 국내의 언론은 너무 일방적으로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한다고 걱정하는 분이 있었는데 바로 미국 현지의 한인 교포분이었다. 그의 설명은 이런 것이었다. 트럼프의 유세 현장에 가보면 언론에 비친 판세와 전혀 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트럼프의 유세장에는 수만 명이 운집하는 데 반해 힐러리의 유세장은 고작해야 수천 명이라고 했다. 그만큼 현장의 분위기가 언론을 통해 그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그의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미국의 주류 언론은 단 한 차례도 예외 없이 힐러리가 완승할 거라는 전망을 했고 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시작됐을 때 출구조사마저도 힐러리가 이길 거라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거꾸로 트럼프의 완승이었다. 왜일까? 왜 이런 돌발 사태가 발생했을까?

  나는 언론사의 생리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의 연설을 가만히 들어보면, 물론 매우 과격한 언급도 간혹 있으나, 그는 항상 미국이 어떻게 변해야 하며 그 변화를 자신이 어떻게 이끌 것인가를 시종일관 얘기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유세장의 히잡을 쓴 이슬람 여성에게 무례한 짓도 했고, 야유하는 청중을 끌어내는 상식 밖의 행동도 했다. 그러나 사실 그의 이런 언행은 전체 연설이나 캠페인 과정을 고려하면 그저 극히 일부분이고 해프닝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신문의 헤드라인은 바로 그 해프닝으로 채워졌고 방송의 브레이크 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 미국의 주류 언론은 왜 이런 보도 태도를 보일까? 왜 트럼프를 이렇게도 싫어할까?

  답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그들을 싫어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를 활용해 발행부수를 늘리고 시청률을 늘리기 위해서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지금까지도 주류 언론의 보도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중요한 코멘트를 기성 언론이 아닌 트위터를 통해서 하고 있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언론이 있을까?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다면 점잖게 백악관에 초청하고 인터뷰도 하고 파티도 열어줄 텐데, 이런 거친 이단아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랄까? 언론과 권력의 조화로운 틀을 깨고 싶은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또 하나,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가? 부동산으로 꽤 큰돈을 벌었다고는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또는 워런 버핏에 대면 그의 부는 그저 동네 부자 수준이다. 여기에 그가 실제로 부자인지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시각도 많다. 대중이 생각하는 트럼프는 NBC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서 “당신 해고야!”를 외치는 우스꽝스러운 방송 스타다. 일종의 셀럽인 것이다. 그에게 익숙한 매체는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가 아니다. 오히려 타블로이드판 옐로 저널리즘에 가깝다. 셀럽이 주는 화제는 정치적 이념이나 공공에 대한 신념이 아닌 자신들의 생활, 그것도 특이한 행동 즉 가십거리다. 그래야 시청률이 올라가고 신문이 더 잘 팔린다. 미국 주류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가 그런 화제를 뿌리는 셀럽으로 남아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본인들을 위해서 말이다.

299~300

  여기에 우리 사회의 엘리트를 지향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미국에 커넥션을 가진다. 강남과 용산 일부 지역에 가보면 미국이란 나라가 우리 기득권층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방학이 되면 안 보이던 젊은이들이 압구정동과 이태원 길거리를 메운다. 그들은 영어로 통화를 하고 친구들과는 우리말로 대화를 한다. 어딘가 분위기만으로도 방학 맞아 귀국한 유학생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공부를 마치면 상당수가 우리 사회의 엘리트 코스로 편입되고, 그들이 이 나라의 상층부가 된다. 그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말이다.

  홍미로운 얘기를 하나 해보겠다. 몇 년 전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옮겨가고 그 자리는 공원이 된다는 발표가 있었을 때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업가의 초대를 받아 용산 미군기지 부근에 있는 그의 저택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필자는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처럼 “회장님 좋으시겠네요? 미군기지 나가고 공원이 되면 흡사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되니, 조망권도 좋아지고 또 아침저녁으로 산책도 할 수 있고 얼마나 좋으십니까?”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고, 이 친구야. 그렇게 감이 없냐’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가 말했다. “이것 봐요, 공원이 뭐가 좋아요. 어차피 운동은 피트니스센터에서 하면 되는 거고, 돈 버느라 바쁜데 공원 갈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북한에 뭔가 낌새가 안 좋으면 미군 부대로 쏙 들어가 바로 헬기 타고 괌으로 날아가야 하는데. 이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가니 나도 따라서 평택으로 이사를 할 수도 없고, 이거 참 난처해요”

  여러분 주변에 이런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아마 잘 모를 것이다. 의외로 많다. 그들이 왜 한남동, 이태원동에 몰려 사는지 잘 생각해보라. 그들에게 미국 대통령은 단지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들의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들은 미국 대통령에게 기대하고 실망하고 한다.

316~317

  물가가 너무 오르면 어찌 되는가?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박탈감을 느끼게 되고, 제대로 된 소비를 하지 못한다. 집을 사려던 사람이라면 다른 소비를 줄여서라도 저축을 늘려야 한다. 제대로 된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왜곡된다. 주가는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집값도 천정부지로 뛴다. 버블이다. 중앙은행은 부랴부랴 금리를 올려서 버블을 관리하려고 하겠지만 이미 때는 늦다. 2008년의 상황이 다시 올 것이다.

(중략)

  나는 트럼프 경제를 한마디로 버블을 만들기 위한 경제라고 정의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연원은 세계화의 산물인 양극화와 중산층 이하 미국 사람들의 가난이다. 트럼프는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경기를 살리려고 한다. 그 결과로 미국 경제는 회복을 넘어 버블 경제가 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버블은 자산가와 엘리트들의 부를 더 키운다.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버블 이코노미의 초기에서 버블이 터지기 전까지는 자산가는 자산가대로 트럼프를 찬양할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트럼프가 우리를 위해 일한다고 할 것이다. 이런 배경 위에서 트럼프 임기의 전반부는 표면적으로나마 성장을 구가하게 될 것이다.

318

  트럼프는 오바마가 만들어놓은 활주로로 비행기를 몰고 가 이륙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대통령이 됐다. 여기에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라는 산업, 버블 이코노미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 풀려서 떠돌아다니는 막대한 유동성에다 어떤 경제정책이라도 받아낼 수 있는 건강한 경제체력 그리고 고성장을 갈구하는 미국 사람들의 열망이라는 버블 이코노미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는 거다.

341

  다만 고민되는 것은 이러한 반도체 경기가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본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이어서 고용기여도가 낮으니까요. 4차 산업의 정체성이나 경기 전반에 대한 파급효과 등은 솔직히 아직도 모호합니다. 혁신 기술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좋으나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소비자가 적응하고 실제 소비로 연결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령 무인자동차 기술이 자동차의 안전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는 기여하겠지만, 지금까지 전혀 없던 자동차 수요를 당장 ‘혁명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생산 분야의 기술혁신도 초기에는 노동력 투입이 감소(예컨대 스마트 공장은 기존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수입을 대체함)하기 때문에 세계 전체로 보면 오히려 소비가 위축되고 생산성 함정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거죠. (한)

344~345

김동환 ‘시세는 근심의 벽을 타고 오른다’라는 얘기가 있잖아요? 근심은 사실 적재적소에서 해야 하는데, 너무 비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근심과 걱정 또 왜곡된 시각을 갖다 보면 큰 흐름을 놓쳐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죠. 요즘의 장세를 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그런 입장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일구 요즘 여의도는 저녁에 식당가가 썰렁합니다.

김동환 맞습니다. 언론도 책임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를 보도하는 헤드라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성장률 몇 분기째 0%대’ 이런 식입니다. 사실 0%라는 게 0.1% 있고 0.9%도 있는 거 아닙니까? 1분기 성장률이 0.9%라는 건 최근 들어 가장 좋은 성적이죠. 그런데도 그걸 ‘0%대’라고 써버리면 우리 국민 대다수는 ‘우리 경제가 아직 한참 멀었구나’라고 생각하겠죠. 그럼 또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안 하려고 하겠죠. 경제를 다루는 언론이나 여론을 조성하는 기관들이 지극히 회의적인 입장에서 너무 오랫동안 있다 보니까 그 부분에 대한 왜곡도 존재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들어요.

376~378

부동산시장의 흐름

김동환 마지막으로 부동산 얘기를 다뤄봅시다. 어쩌면 가장 관심이 많을 수도 있어요. 왜냐면 가계자산의 70~80%가 부동산이고, 그 부동산 대부분이 거주용이고, 또 대부분이 아파트로 되어 있는 게 우리 자산구성이니까요. 근데 요즘 다들 굉장히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정부의 정책 기조도 헷갈리고, 금리도 고려해야 하고, 지역별로도 상당히 다른 모습이죠?

김일구 가장 어려운 시장이 부동산시장일 것 같습니다. 부동산시장은 기본적으로 경기 사이클하고는 무관하고,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도 강합니다. 그리고 사이클이 길어서 약17년을 주기로 한다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 대체로 가구나 인구구조의 변화, 도시화, 도시로의 인구 이동, 인플레이션이 있느냐 없느냐와 같은 요인에 영향을 받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경우 GDP가 성장하는 것만큼 집값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요. 한국이나 이머징 국가들은 몇몇 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려는 압축 성장 전략을 쓰다 보니 몇몇 대도시에 인구가 몰려들어 이들 지역의 집값이 GDP 성장을 능가해 급등하는 현상이 생깁니다. 또 인플레이션이 있으면 당연히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게 되어 있어서 부동산투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책으로 최선이라고도하죠. 그리고 금융 완화가 장기화되면 레버리지를 일으켜, 즉 많은 돈을 빌려서 집을 시는 사람들이 많아지죠. 그러면 주택 수요가 갑작스럽게 증가하면서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없고, 지난 2008년 이후로 지속돼오던 금융 완화를 더는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많이 늘어난 가계부채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긴축할 것인가를 놓고 정책적인 고민을 하고 있죠.

김동환 적어도 추가적인 완화를 하는 국면은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 쪽으로의 큰 물줄기가 더 늘어나거나 깊어질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이고요. 김 박사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한진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거시 관점에서 김 센터장 의견에 동의합니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지금 대출총량이 더 늘어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최근 3~4년간 저금리에 의존한 투자에 한 번쯤 제동이 걸릴 만한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부동산 경기는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특징으로 합니다. 지방 집값 조정은 공급 과잉에 따른 것이고,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저금리의 역할이 컸는데요. 당장 속도가 느릴 뿐이지 금리는 상승 사이클을 탔습니다. 시중의 과잉 유동성과 전셋값 상승 여파로 일부 주택시장에서 과열이 나타났고, 여기에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려는 투기 수요와 실수요가 겹쳐졌습니다. 하지만 금리 상승과 대출규제, 그리고 이미 공급된 주택물량이 이런 동기를 억누를 것 같습니다.
  저금리를 자금시장의 파이프에 비유한다면 대출규제는 인위적으로 레버를 잠그는 일과 같습니다. 하지만 어설프게 잠갔다가는 유속이 더 빨라지거나 다른 쪽으로 전이됩니다. 이른바 풍선효과죠. 주택 관련 정책은 그래서 어렵고 매우 예민한 정책입니다. 주택 가격 역시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면,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대세적으로 강세를 보일 만한 환경은 아닌 듯 합니다. 금리와 정부규제라는 양대 변수에 의해 수급적인 순환 사이클은 만들어가겠지만요. 부동산시장 역시 차별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자산인 듯합니다.

394~395

  금본위제냐 은본위제냐, 재량적 통화정책이냐 준칙에 따른 통화정책이냐 하는 대립이 돈에 대한 두 갈래 생각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은 은본위제 또는 재량적 통화정책이 주장하는 방식에 따라 돈을 풀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을 언제까지고 쓸 수는 없습니다. ‘돈은 엄격하게 관리해야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 돈을 마구 풀면 투기가 사람들의 근로 의욕을 갉아먹고 사회를 좀먹게 할 것이다’라는 반대파의 주장도 역사적으로 검증된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제가 개선된 2013년부터 미국은 돈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양적완화 정책을 시작한 버냉키가 직접 양적완화 정책의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아마 유럽과 일본도 2018년에는 양적완화 정책 종료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돈을 마구 찍어대니 돈이 흔해지고, 당연히 돈의 값인 금리도 낮아졌습니다. 제로도 부족해서 심지어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통화정책이 방향을 바꾸었으니 돈이 예전보다 귀해질 것이고, 돈의 값인 금리도 올라갈 것입니다. 다만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경제 성장이 다시 멈출 우려가 있어서 아주 천천히, 이것저것 다 확인하면서 천천히 올릴 것입니다. (일)

414~415

  20~30대 급여생활자분들은 현재의 생활, 경제 수준에서 탈출하고 싶어 합니다. 여기 계신 두 분도 급여생활을 하고 계시지만, 제가 20년 이상 급여생활자로 살아오면서 알게된 사실이 있습니다. 회사는 정확히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정도로만 월급을 준다는 겁니다. 더 많이 주면 회사를 떠나게 되어 있거든요. 물론 삼성 그룹 CEO가 된다든지 하면 몇백억씩 받기는 하겠지만, 그건 나머지 99.9퍼센트를 머물게 하기 위한 거예요. 그렇게 환상을 줘야지 그 조직에 목매고 충성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상황에서 계속 월급 받는 걸로 적금 들고 생활비 쓰고 연금 들고 하면, 언제까지나 그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로밖에 살 수 없거든요.
  남보다 더 잘살고 싶으면 김 센터장께서 얘기하신 것처럼 뭔가 변동성을 줘야 해요. 충격이 아닌 건강한 변동성을 줘야 하고, 변동성을 즐기기 위해서는 단계별로 공부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주식 시장 2400포인트 넘었다고 10년 동안 애지중지하던 적금 해약해서, 듣도 보도 못 한 주식 추천받아 덜컥 사놓고, 주가 빠졌다고 술 드시고 그러면 안 된다는 거죠.
  그러나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없습니다. 자본소득을 만들지 않으면 부자가 될 수 없어요. 기본적으로 급여 생활자든 자영업자든 일정 부분은 자산배분을 하는 연습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동)

416~417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쳐 주식투자에 실패하게 됩니다. 이런 실패를 하지 않으려면 절대로 처음에 투자한 금액을 늘리지 마십시오. ‘이건 물타기 하라고 하늘이 주신 기회야!’라는 생각이 들어도 절대로 금액을 늘리지 마십시오. 금액을 늘리다가 손실을 보면 손실을 만회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식투자를 시작하고 1년째 되는 날 곰곰이 따져보십시오. 자신이 주식투자에 자질이 있는지 따져보고, 투자 금액을 늘릴지 결정하십시오.
  주식투자를 하면 삶에 변동성이 생기게 됩니다. 주가가 오르면 들뜨고, 주가가 내려가면 의기소침해집니다. 이러한 변동성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돈벌 욕심에 갑자기 많은 금액을 투자하면 그로 인한 변동성에 휘둘리게 되고, 그러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처음에 투자한 금액을 1년간 유지하면서 자신에게 새롭게 생긴 변동성을 잘 관리하는 훈련을 쌓아가면 주식투자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봅니다. (일)

444~446

  지친 일상과 반복되는 삶의 여정이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한번쯤 생각해 보시라. 퇴근길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그때 그 집을 샀어야 했어”, “그때 그 주식만 안 팔았더라도···”라는 말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안주거리로 삼고 있는지 말이다.

  부자가 되는 일은 이런 체념 섞인 후회를 “그때 사길 정말 다행 이야” 혹은 “그때 그 친구 말을 안 듣길 정말 잘 했어” 이런 자랑거리로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매번 우리의 결정을 후회하고 또 그것을 반복하는가?

  먼저 세상이 나를 배제하고 나와는 전혀 관계없이 돌아간다는 생각을 바꾸기를 권한다. 우리는 세상의 변화에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참여하고 있다는 각성이 필요하다. 우리가 세상의 변화를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종속적 객체가 아니라 그 변화를 만들고 또 그 변화에 제대로 반응하는 주체로서 살아가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투자 세계의 승자가 되는 출발점이다.

 “비관론자는 명성을 얻고 낙관론자는 돈을 번다”라는 격언이 있다. 거의 매일 세상과 시장에 대한 관을 놓고 토론과 논쟁을 하는 입장에서 참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들의 투자는 토론의 승자가 되기 위함이 아니고 현실적인 부를 만들기 위함이다.

  낙관적인 세계관을 가진 이들이 부자가 되는 건지 부자가 되더니 낙관론자가 된 건지 따지기에 앞서 적어도 “나만 사면 빠진다, 내가 팔면 비로소 올라간다”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극단적인 비관론으로부터 빠져 나와야 한다. 세상의 잡다한 소음에 반응하지 않고 본인의 인생에 점철된 합리적 의사 결정이 그르지 않았음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실패를 피하는 노력 대신 성취를 위한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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