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9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머리말이 가장 중요한 논지를 모두 담고 있다고 생각하므로[1], 머리말을 모두 옮겨두기로 했다. 중간중간 옮기고 싶은 부분들도 물론이다.[2] 머리말 만큼이나 마지막 부분도 인상적이다. 등장하는 사례나 연구의 출처를 알고자 하는이는 책을 사서 보기로. ㅎㅎ
목차
머리말(pp.11~20)
행운이란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를 이보다 확실하게 구분하는 질문도 없을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재능이 뛰어나고 엄청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진보주의자들의 지적대로, 비슷한 재능으로 비슷하게 노력하는 다른 수많은 사람은 왜 그만큼 부를 이루지 못할까.
최근 사회과학자들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행운이 인생의 중대한 성취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인생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 이런 사실이 일으키는 흥미롭고도 때로는 예상치 못한 영향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원래 ‘개인적 견해’였다. 내 이야기가 행운에 대한 나 자신의 경험을 많이 담고 있다고 확실히 언급해두지 않으면 독자들이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에서 이 부제를 택했다. 하지만 프린스턴대 출판부 편집자들은 ‘개인적 견해’라는 부제가 이 책을 자서전이라고 오해할 여지를 남긴다며 나를 설득했다. 그들의 걱정은,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지극히 타당한 이야기였는데, 바로 유명 인사가 아닌 저자의 자서전은 독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 선진국 경제의 시장 구조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실력주의를 표방하고 있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대안으로 제안했던 부제 ‘행운 그리고 실력주의라는 신화’가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 내 우려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어느 동료에게 책표지 시안을 보여주었을 때 그가 내비친 반응으로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회사가 가장 실력이 뛰어난 지원자를 뽑으면 안 되는 거야?” 사실 나는 그 동료만큼이나 족벌주의 사회를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게 실력주의를 반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연줄이 있거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야 하는 세태가 지속되리라는 우려에서 부제를 ‘행운 그리고 실력주의라는 신화’로 택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력주의의 지나친 미화가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력주의라는 용어 자체는 1958년 영국 사회학자(이후에는 상워의원) 마이클 영이 영국의 교육제도를 통렬하게 풍자하면서 처음 고안해낸 것이다. 『능력주의의 등장』이라는 책에서 그는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게 그 성공이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능력때문이라고 확대 해석하게끔 부추기는 것이야말로 결국 모든 문제를 실제로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01년, 이 책을 되돌아보는 칼럼에서 그는 “직장에서 사람들을 능력에 따라 채용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일단 이들이 어떤 일에 유능하다고 인식되고 나면 다른 사람이 들어올 여지가 없는 새로운 사회 계층으로 굳어지는데, 이런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비판의 의미로 만들었던 이 용어가 찬사에 가까운 수식어로 멋대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실력주의를 앞세우며 개인주의를 찬양하는 사회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사람들한테 그 성공에 약간의 운이 따랐다고 말한다면, 이는 그들이 실제로는 최고가 아니며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대단한 존재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람들은 실력주의라는 듣기 좋은 말로 성공과 실패가 종종 개인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숨겨왔던 것 같다. 2012년 프린스턴대 졸업 연설에서 마이클 루이스는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일련의 우연한 사건이 그가 부유하고 유명한 작가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인정했다.
하루는 어느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 살로먼브라더스에 있는 거물급 인사의 부인 옆에 앉게 되었습니다. 저를 좋게 봤는지 그녀는 저에게 괜찮은 자리 하나를 주라고 남편에게 거의 강요하다시피 굴더군요. 저는 살로먼브라더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월가가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친숙하고 사랑받는 장소로 변모하기 시작하던 시절이었는데, 살로먼브라더스가 바로 그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미친 듯이 성장하고 있는 금융시장을 주시하는 데 가장 좋은 자리를 덜컥 배정받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저는 주택 파생상품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1년 반 정도 지난 뒤로는 여러 전문적인 투자자에게 금융 파생상품에 대한 조언을 하는 대가로 살로먼브라더스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받게 되었습니다.
루이스는 살로먼에서 경험한 바를 토대로 월가의 새로운 금융 전략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설명한 폭발적인 베스트셀러를 1989년에 출간했다.
책 제목은 『거짓말쟁이의 포커』였습니다. 100만 부 이상 팔렸죠. 당시 스물여덟 살이던 저는 작가라는 경력과 약간의 명성 그리고 엄청난 돈과 새로운 인생 이야기를 일거에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내가 타고난 작가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요. 사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하는 편이 훨씬 더 정확한 설명일 겁니다. 저녁 식사 테이블에서 살로먼브라더스의 거물급 인사의 부인 옆에 앉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이른 나이에 베스트셀러를 쓸 수 있게 해준 월가 최고의 회사에서 일하게 될 확률, 월가의 경제 상황을 가장 잘 지켜볼 수 있는 바로 그 자리에 앉게 될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요? 아들과 의절하는 대신 한숨지으며 “네가 꼭 해야 한다면 해보라”고 말해주는 부모를 만날 확률은요? 프린스턴대의 예술사 교수님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확신을 마음속 깊이 심어줄 확률, 무엇보다 애초에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할 확률은 얼마일까요?
그저 겸손한 척하려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이 안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어요. 제 사례는 성공이 항상 어떻게 합리화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성공이 운 때문이었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합니다. 특히 성공한 사람들은 더욱 그렇죠.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리고 계속 성공을 이루어가면서 사람들은 그 성공이 자신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인생에서 그저 운이 좋아 생겼던 일들이 결국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결코 인정하려고 하지 않아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도 이와 비슷한 주제를 이따금 언급한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착각은 자신이 성공한 이유가 오직 좋은 머리로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아낌없이 사랑해주고, 자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고, 리틀야구 리그의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누비게 해주고 도서관에서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음악 레슨을 받게 해주면서 그들을 키웠던 미국 중산층 가정의 부모가 그들을 임신했을 때부터 이미 커다란 행운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착각의 어두운 면은 자신의 행운에 대해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불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잘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라고 크리스토프는 주장한다.
그 결과는 정치세계의 천박함이나 아무리 노력해도 살림살이가 팍팍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 부족으로 나타난다.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의 확대나 장기실업수당 지급, 물가 인상에 맞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면서 말이다.
크리스토프는 오리건주의 작은 마을에서 살았던 고향 친구 릭 고프의 인생사를 자세하게 소개한다. 고프가 불과 다섯 살일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마저 고프와 세 형제자매를 버렸다. 고프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가 아주 진실하고 믿음직한 친구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머리가 좋았지만 학교 성적은 형편없었다. 주의력결핍장애를 발견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제재소와 기계 조립 공장에서 매 순간 열심히 일했고 나중에는 유능한 주문 제작 자동차 도장공이 되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손을 심하게 다친 뒤, 장애연금과 아르바이트로 번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쳤다. 결국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전 부인을 돕겠다며 600달러를 지출하고는 중요한 약물 치료를 받을 여력이 안 돼서 2015년 7월에 65세라는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크리스토프의 결론은 이렇다.
사람들은 보통 성공을 전적으로 ‘선택’과 ‘개인적 책임’에 관한 것으로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복잡하다. 스탠퍼드대 사회학자인 숀 리어든이 지적하듯, “부유한 집 아이들 은 나쁜 선택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 또한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마이클 루이스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심리학자들이 진행한 실험을 소개하는 것으로 프린스턴대 졸업 연설을 맺었다. 학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을 세 명씩 같은 성별로 묶고 작은 방에 들여보낸 뒤 복잡한 도덕적 문제들을 풀도록 했다. 이를테면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일에 대한 대처법 같은 문제였다. 각 집단에서는 구성원 가운데 한 사람을 임의로 골라 리더로 선정하도록 했다. 각 집단이 30분 동안 토의하고 나면, 심리학자들은 쿠키 네 개가 놓인 쟁반을 들고 방에 들어갔다.
누가 나머지 한 개의 쿠키를 먹었을까? 그것은 바로 각 집단의 리더였다. 루이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리더로 뽑힌 사람에게 특별한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30분 전에 가위바위보나 제비뽑기 같은 임의의 방법으로 뽑힌 사람이었다. 즉 리더라는 지위는 단순한 운이었다. 그런데도 나머지 한 개의 쿠키는 리더의 몫이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루이스는 이 실험 결과를 통해 프린스턴대 졸업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체로 여러분은 이런 집단의 리더로 지명되어왔습니다. 여러분이 리더로 선정된 것은 전적으로 임의의 방법을 통한 결과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임의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정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운 좋은 소수입니다. 좋은 부모를 만났다는 행운, 좋은 나라의 국민이라는 행운, 그리고 이렇게 운 좋은 여러분을 받아들여 또 다른 운 좋은 사람들과 사귀게 해주고 훨씬 더 큰 행운을 누릴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프린스턴대학 같은 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여러분이 누리는 행운이지요. 여러분은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고, 어느 누구도 그 어떤 것을 위해 여러분의 이익을 희생하길 바라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행운입니다.
여러분 모두는 항상 이런 식으로 여분의 쿠키를 즐겨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여분의 쿠키가 여러분 앞에 놓일 것입니다. 조만간 여러분은 그런 쿠키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될지 모릅니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인정한다면, 최소한 그런 체라도 한다면 여러분은 더 행복해질 것이고 이 세상도 더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성공에 행운이 이바지했다는 사실을 선뜻 인정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자신의 성공을 가능하게 만든 환경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일종의 공공 투자를 다른 사람보다 더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루이스가 예상한 대로, 이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훨씬 더 행복하다. 그리고 이들이 감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더 큰 물질적 풍요를 향해서 이들을 이끄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내가 펼칠 주장은 이렇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에 있어서 행운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모든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여러 공공 투자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거슬리지 않는 공공 정책을 펼치면 이 공공 투자의 부족분을 메우고도 남을 충분한 자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가 제시할 논거는 흔들리는 부분이 거의 없으며 그 전제 또한 논란의 여지가 없다. 프린스턴대 출판부의 논평가들은 처음에 내가 다룰 수 있는 여러 주제를 추가하기 위해 많은 것을 제안했고, 그중에는 흥미로운 주제도 여럿 눈에 띄었다. 하지만 내 논거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주제는 아니었기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 이 책을 구상하면서부터 목표가 있었다. 필요 이상으로 독자의 시간을 빼앗지 않는 책을 쓰자, 독자들이 부담 없이 손에 들고 읽을 수 있도록 두껍지 않은 책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내 가장 진심 어린 바람은 이 책의 내용이 여러분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그 울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픈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34~35
경제학자 앨런 크루거가 지적하듯, 미국 에서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소득 사이의 상관관계는 0.5나 된다.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부모의 키와 자식의 키 사이에서 나타나는 연관성의 크기와 거의 같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분이 명석하고 열정 넘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각자가 취해야 마땅한 첫 번째 조치는 바로 그런 부모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태어날 때부터 명석하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면, 과연 어떤 이론을 갖다 붙여야 그런 자질을 자기 스스로 획득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여러분은 부모를 선택하지도 않았고, 자라온 환경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저 운이 좋은 사람일 뿐이다.
39~41
사람들이 잘못된 믿음 탓에 계속 노력한다는 두 번째 측면은 인간의 흥미롭고도 별난 특성을 암시한다. 여러 학자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우리 중 절반이 훨씬 넘는 사람들은 어떤 분야에서도 자신의 재능이 상위 50퍼센트 안에 든다고 믿는다. 이 말은 우리가 어떤 경쟁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 현실과 달리 낙관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면, 실제로 성공할 가능성이 생각했던 것보다 낮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러면 노력 자체를 단념하거나 적어도 힘이 빠지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중략) 언젠가 워런 버핏이 (중략)
이 나라에서 혼자 힘으로 부를 이룬 사람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저 밖에 공장 하나를 지었다고 칩시다. (⋯) 그러면 여기 우리가 낸 세금으로 건설한 도로를 통해 시장으로 상품을 운반할 것입니다. 역시 우리가 낸 세금으로 가르친 직원들을 고용하겠죠. 여러분의 공장은 안전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세금으로 유지하는 경찰과 소방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 여러분이 공장을 지었고 이것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면, 정말 축하할 일이지요. 공장을 키워서 잘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사회적 계약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점, 여러분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81
심지어 이름의 첫 글자가 성취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한 예로, 상위 10위 안에 드는 각 대학 경제학부 조교수들을 조사한 결과, 성의 첫 알파벳이 빠를수록 종신재직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연구를 기획한 사람은 공동으로 쓴 논문일 경우 저자의 이름을 알파벳 순서로 기재하는 경제학계의 관례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한다. 저자의 이름을 알파벳순으로 적지 않는 심리학계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131~137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행동 연구를 통해 잘못된 믿음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경향성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한 예로, 왜 우리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어떤 재능이든 간에 자신이 상위 50퍼센트 안에 들리라고 믿는 것일까?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아주 명백한 근거 앞에서도 행운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일까? 내가 제시하고 싶은 한 가지 그럴듯한 설명은, 자신의 재능과 행운의 중요성에 대해서 더 현실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일수록 성공으로 가는 길 위에 산재해 있는 온갖 난관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며 전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돋보이게 만드는 무언가를 기꺼이 믿어버리는 습성이 있다. 이 습성을 절대로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새뮤얼슨은 비록 행동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검증된 수준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대체로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했다. 실제로 9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자신의 운전 실력을 평균보다 높게 평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기 과실이 큰 교통사고로 입원한 운전자들조차 그렇게 평가한 비율이 80퍼센트 이상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인구 집단의 평균치보다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습성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다리를 하나 이상 잃은 소수의 사람이 존재하는 반면, 다리가 셋 이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어떤 인구 집단의 평균적인 다리 개수는 2에 살짝 못 미치기 마련이다. 바꿔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평균보다 많은 다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평균적인 운전 실력을 수치로 나타내는 척도는 무슨 수로 정의할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조사 대상자들이 자기 자신을 가리켜 ‘평균 이상의 운전자’라고 말한다면, 이는 ‘평균적인 운전자보다 더 능숙하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전체적으로도 불가능한 그림이다. 전체 분포에서 절반에 해당되는 사람들 상위 50퍼센트 안에 들어갈 수 있기 때 문이다.[3]
우리는 스스로 꽤 잘하고 있다는 부정확한 믿음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관련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대학에 재직하는 교수들 가운데 70퍼센트가 교수로서 자신의 능력이 상위 25퍼센트 안에 든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어느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인 우수생들 가운데 87퍼센트가 자신의 학업 성적이 상위 50퍼센트 안에 든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왔다.
이러 경향을 워비곤 호수 효과Lake Wobegon Effect라 부른다. 워비곤 호수는 미국의 풍자작가 개리슨 케일러의 라디오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아이가 평균 이상’인 가상의 마을이다. 이 효과는 운전 실력처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특성이나 자질에서 한층 두드러진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가운데 오직 2퍼센트만이 자신의 리더십 능력이 평균 이하라고 응답했으며, 사실상 모든 학생이 친구들과 잘 지내는 능력에서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행운에 대한 잘못된 믿음 역시 흔하다. 이를테면 복권 당첨자들이 당첨 번호를 콕 집어서 찾아낸 기법이나 통찰력에 대해 이따금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 식이다. 찰스 클롯펠터와 필립 쿡은 1991년 논문에서, 꿈에 나타난 이미지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당첨 번호를 알아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인기 있는 책들을 검토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책들 가운데 저자들이 하버드 야드의 노점에서 구입한 『알리 왕자의 행운별 다섯 개』를 보면 사과가 나 오는 꿈은 416번, 벌레가 나오는 꿈은 305번, 무덤이 나오는 꿈은 999번, 목사가 나오는 꿈은 001번을 선택하라는 지침이 나온다.
하지만 무작위로 당첨 번호를 뱉어내는 난수 발생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식으로 당첨 번호를 예측하려고 애쓰 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잘 안다. 모든 가능한 번호가 균일한 확률로 선택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당첨 번호를 알아내는 기법이나 능력을 어떻게든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상상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은 실패를 설명할 때는 운이 나빴다는 사실을 기꺼이 그리고 재빨리 받아들이지만, 성공을 설명할 때는 행운의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근거와 믿음 사이에 또 다른 단절이 발생한다. 통계학자 나심 탈레브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경향이 흔히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동기가 부여된 인식motivated cognition의 결과로 여기는 학자들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 좋게 느끼기를 원하고, 그래서 자신이 매우 유능하다고 여기는 동시에 실패를 자신의 통제 밖에 있다고 생각하면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가 더욱 빛날 것으로 본다는 주장이다.
심리학자 로런 앨로이와 린 이본 에이브럼슨은 1979년 ‘더 슬프게, 그러나 더 현명하게’라는 부제가 달린 논문에서 이 이론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앨로이와 에이브럼슨은 우울한 사람이 세상과 자신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부정적인 믿음을 품게 하는 인지적 편향으로 인해 고통받는다고 하는 기존 학설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들이 제시한 대안적 가설은 ‘우울증적 현실주의’였다. 이 가설에 따르면, 겉으로 정상인 사람보다 우울한 사람의 자기평가가 실제로 더 정확하다.
이 가설은 임상적으로 우울증이 있는 학생 집단과 우울증이 없는 통제집단을 비교하는 실험에서 비롯되었다. 두 집단의 실험 참가자들은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고 자신이 얼마나 잘했는지 스스로 평가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우울증이 있는 학생들의 자기평가는 외부 관찰자의 평가와 유사했다. 하지만 통제집단의 학생들은 달랐다. 성공한 과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기여도를 시종일관 과대평가했고, 실패한 과제에서는 자신의 기여도를 과소평가했다.
이 논문은 상당한 논쟁을 불러왔고, 아직도 연구 결과에 대해서 확고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믿음을 견지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식으로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이들도 이런 믿음이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장기적 손실의 가능성은 우리가 행복감을 선사하는 신경체계가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한 행동에 박차를 가하는 신경체계를 적자생존 과정에서 형성했다는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론과 일맥상통한다. 자신이 어떤 경쟁에서도 승리할 운명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승산이 없는 여러 경쟁에 발을 들임으로써 불필요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아울러 자신의 실패를 운이 나쁜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한 사람들은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들여 성과를 개선해나갈 수 없을 것이다. 두 경향 모두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잘못된 믿음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행복한 사람들이 현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물질적인 측면에서 좀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내가 다음 장에서 검토할 한 가지 가능성은, 능력과 행운에 대한 더 정확한 믿음이 장기적으로 모든 사람의 물질적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공공 정책에 대한 지원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믿음을 견지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다. 경제학자 마이클 마노브는 그럴듯한 예를 든다. 그는 경제학부 부학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경제학자로서 주특기를 발휘했다. (중략) 그는 부학장이라는 직책 탓에 동료들보다 덜 행복해졌지만 더 부유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다윈주의적 투쟁에서는 얼마나 행복한가보다 무엇을 가졌느냐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마노브 자신이 생각하는 그 경험의 교훈은, 순진한 낙관주의가 필요한 때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 직면하게 되는 엄청난 어려움에 대해 현실적인 평가를 내렸다면, 계속해서 전진하겠다는 용기를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모험에 뛰어든 사람들은 성공을 향해 최선의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일을 해내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순진한 낙관주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일지 모른다.
148~150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보다 인생에서 행운의 중요성을 기꺼이 받아들일 확률이 더 높다는 사회 통념은 심리학자들이 진행한 여러 연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패턴에는 수많은 예외가 있고, 그래서 정반대 견해도 있다. 상충하는 두 견해의 차이점들을 살피면, 사회적 통념 수준을 넘어서는 미묘한 구석을 발견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중도우파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2012년 대선 기간에 게재한 한 편의 칼럼으로 그 타협점을 훌륭하게 포착했다. 그 칼럼은 오하이오주에 거주하는 어느 사업가의 편지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론면 편집자님께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성공적으로 사업을 일구어왔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했고, 제가 이룬 모든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말하기를, 사회적·정치적인 힘들이 제 사업의 성 공을 도왔다는 겁니다. 밋 롬니는 이스라엘 방문에서 문화적인 힘이 국가별 부의 격차를 설명해준다고 하더군요.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이룬 성공 가운데 제 힘으로 이룬 것은 얼마만큼이고, 남의 힘으로 이룬 것은 또 얼마만큼일까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어느 혼란스러운 독자 올림
브룩스는 외적인 힘의 영향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여러분의 인생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그리고 여러분이 앞을 보고 있는지 아니면 뒤를 돌아보고 있는지에 따라서 다르다고 답했다. 그가 콜럼버스의 어느 혼란스러운 독자에게 보낸 구체적인 조언은 다음과 같다.
선생님은 앞으로 이루어나갈 모든 성취의 유일한 주인공이자
과거에 이룬 모든 성공에 감사해야 하는 수혜자라고 스스로를 그렇게 여겨야 합니다 ⋯⋯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얼마나 많은 성취를 오롯이 선생님의 힘만으로 이루어냈는지 생각해보는 단계를 거치기 마련입니다. 선생님은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인생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을만한 것보다 대체로 더 좋은 것을 받았다는 인정과 함께 삶을 매듭지어야 합니다⋯⋯. 야심 찬 기업가로서 자신이 이룬 모든 것에 대해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한 인간으로서 그것이 말도 안 된다고
깨닫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정답일세, 브룩스 선생!
F. 스콧 피츠제럴드가 말했듯, “최고의 지성이란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동시에 품으면서도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는 지성이
다”. 이 기준에 따르면, 행운이라는 문제를 명료하게 고찰하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지성을 요구한다. 이 주제에 관해서 정치적
스펙트럼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완전히 모순되는
두 견해를 각각 지지하고 있으며, 우리는 상충하는 두 견해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반된 두 견해 모두
진실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도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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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러분이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가 좋은 것이라는 내 생각에 동의한다면, 개인의 행운에 있어서 다른 모든 것을 초월하는 가장 중요한 행운은 바로 고도로 발전한 선진국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여러분이 아무리 재능 있고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다면 물질적 성공이란 그림의 떡일 확률이 높다.
191~193
왜 사람들은 조금 더 자제력을 발휘해서 이 무의미한 경쟁을 그만두지 못하는 걸까? 분수에 맞지 않는 큰 집을 구입하라고 의회가 명령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 가지 이유는 경쟁에서 손을 떼는 경우 진짜 고통이 뒤따르는데, 이 고통을 모면하기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웃들이 하는 만큼 집에 돈을 들일 수 없다는 사실은 그저 작고 불편해 보이는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이는 여러분의 자녀들이 평균 이하의 학교에 가야 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좋은학교란 상대적인 개념이고, 대개 더 좋은 학교는 더 비싼 동네에 자리잡기 마련이다. 최소한 평균 수준의 학교에 보내려면 중산층 사람들은 반드시 자기 지역에서 평균적인 가격대의 집을 사야 한다. 최상위 소득계층이 집에 더 많은 돈을 쓰는 현상은 중산층의 주택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간접적인 원인이 된다.
나는 중산층이 평균 수준의 학군에 있는 집을 임대하려면 한 달에 몇 시간이나 일해야 하는지 추적 조사하기 위해 ‘노역지수 toil index’ (도표 7.1을 보라)라는 단순한 척도를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동안 모든 사람의 소득이 동일한 비율로 증가할 때, 이 지수는 거의 완벽하게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1970년 이후로 소득 불균형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노역지수도 더불어 올라갔다. 지난 10년 동안 노역지수는 한 달에 100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1970년에는 42시간에 불과했다.
요즘 미국 남성의 평균 실질 시급은 1980년대보다 낮다. 오늘날 중산층 가정이 기본적인 목표들을 이루는 데 예전보다 더 많이 지출해야 한다면,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인구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중산층 사람들에게 가중되는 경제적 고통의 여러 증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에서 가장 큰 카운티 100개 가운데 소득 불균형이 가장 급속도로 진행된 곳은 세 가지 중요한 경제적 고통의 증상인 이혼율과 장거리 출퇴근, 파산 신고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이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추적 조사한 선진국들의 경우, 소득 불균형의 악화는 (국가를 막론하고 시간이 호를수록) 노동 시간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지출 폭포는 특별한 사건을 기념하는 축하 파티 같은 다른 영역에서도 발생한다. 이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는 앞서 거론했던 결혼 비용의 급격한 상승을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가장 부유한 가정에서 벌이는 수백만 달러짜리 성년의 날 파티는 훨씬 낮은 소득계층 가정의 성년식 지출을 결정하는 기준을 비슷한 방식으로 올려놓는다. 오늘날 미국의 수많은 중산층 아이들은 생일 파티에 전문 광대나 마술사가 출연하지 않으면 실망한다. 부모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201
누진소비세로 인해 열심히 일하고 미래에 투자하려는 동기가 약해질 거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결국 삶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적 위치라는 다윈의 통찰을 깊이 음미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어떤 규제나 세금 정책의 변화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누그러뜨릴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공이란 거의 전적으로 상대적인 개념으로, 경쟁자보다 더 낫다는 의미다. 누진소비세는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이 쓴다는 사실 자체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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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들에게 누누이 이야기한다. 자신이 행운을 바라보는 방식은 결국 남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이다. 우연한 사건들은 언제, 누가 봐도 이채로운 것이어서, 성공이 전적으로 자기 덕이라고 주장한다면 실제 자기 몫에 비해 더 많은 공을 주장하는 것이 거의 확실하므로, 이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리는 없다.
222~223
어떤 사람을 매력적인 팀원으로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규정하는 것은 대단히 복잡한 일이다. 하지만 자기 성취에 대해 너무 많은 공적을 주장하는 사람은 팀원으로서 매력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자기 성공에 행운이 기여한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한다는 사실에 우리가 동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
235~236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이 『우리 아이들』에서 주장하듯, 성공을 촉진하는 환경을 재건하는 과업에는 중대한 도덕적 이유도 있다. 퍼트넘은 자신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포트클린턴에 있는 가정에 대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소득 격차의 증가가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여러 기회를 어떻게 박탈하는지를 설명했다. 이 사례 연구의 결과는 미국 교육부가 교육 추적 조사에서 확보한 체계적 데이터를 통해서 재확인할 수 있다. 대학 졸업장 없는 성공이란 점점 더 어려운 도전 과제가 되었고, 이런 추세는 특히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한 예로 <도표 8.2>를 보자.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 중 8학년 수학 점수가 상위 25퍼센트에 드는 아이들이 하위 25퍼센트에 속하는 고소득층 가정의 아이들보다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쥘 확률은 더 낮게 나온다. 대학을 겨우 졸업한다고 해도 의료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 탓에 사회에 진출하자마자 학자금 대출의 엄청난 부담에 짓눌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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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변화에 실패하면 더 큰 어려움이 찾아오곤 한다. 부유한 사람들은 ‘빗장 공동체gated community’(담장으로 둘러싸여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고급 주택단지)같은 폐쇄적 공간에 거주하는 식으로 온갖 형태의 회피 전술을 동원해 최근 기간시설 투자의 급격한 축소로 인한 폐해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외에 무수한 폐해로부터 벗어나기란 아예 불가능하다. 이를테면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헬리콥터를 이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로 넘쳐나는 공항이나 정비가 제대로 안 된 도로의 불편함 및 위험성이 부자들만 비켜가는 것도 아니다. 공장을 소유한다고 해서 유능한 인재를 배출해내지 못하는 학교 교육의 실패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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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비교적 간단한 몇 가지 정책적 변화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발전을 선사하는 까닭을 설명하려고 꾸준히 애써왔다. 여러분도 이 책에서 제시한 아이디어가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기 바란다. 만약 우리가 현재 상황을 바꾸게 된다면,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과 나눈 대화 덕분일 것이다. 여론의 형성 과정은 복잡하고 역동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대화 상대가 무언가를 믿으면 자신도 그 무언가를 믿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자. 나도 그랬다. 결론은, 비록 사회적 통념이 현실과 동떨어진 채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해도, 좋은 주장이 한번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여론은 놀라운 속도로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주장은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한 걸음, 한 걸음씩 여론으로 번져나갈 수 있다.